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 엔트리 24명 가운데 병역 미필자는 13명이다. SK를 제외한 나머지 9개팀(KT 포함)에서 고루 선발됐다.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이들이 금메달 행보에 큰 힘을 보태주기를 팬들은 바랐다. 그러나 선수들의 활약상이 한결 같지는 않았다.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복을 보인 선수가 있는가 하면 임팩트 있는 활약으로 제 몫을 한 선수도 있다.
한화 이태양은 올시즌 개막 때만 하더라도 아시안게임 명단에 오르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팀내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언감생심' 대표팀은 그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도 6월 초까지만 해도 이태양 선발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6월 13일 NC전부터 7월 3일 LG전까지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며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하자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래도 이태양의 대표팀 내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조별 리그에서 이태양은 첫 경기인 태국전에서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1이닝을 던졌다. 대표팀 선발 요원들 가운데 류 감독의 마운드 운용 구상의 중심은 SK 김광현과 KIA 양현종이었다. 류 감독은 김광현에게 조별 리그 첫 경기과 결승전 선발을 맡겼고, 양현종에게는 조별 리그 최대 고비인 대만전 선발과 결승전 불펜을 지시했다. 이태양은 이재학과 함께 준결승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전. 선발 이재학은 초반 난조를 보이며 4이닝 동안 4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태양은 2-2 동점인 5회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이태양이 부진을 보일 경우 류 감독은 핵심 불펜진을 모두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태양은 8회까지 4이닝 동안 14타자를 상대해 안타 1개만을 내줬을 뿐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류 감독은 경기후 "두 번째 투수 이태양이 아주 잘 던져줬다"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태양이 4이닝을 맡아준 덕분에 대표팀은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이태양이 류 감독의 마운드 운용 부담을 크게 덜어준 셈이었다. 더블스토퍼인 임창용과 봉중근 뿐만 아니라 유원상 차우찬 안지만 등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태양이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이닝 동안 기록한 투구수 50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크게 벗어난 공이 거의 없었고,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 5개를 잡아낼 때도 140㎞대 중반의 직구와 포크볼, 커브를 고루 사용했다. 자신의 투구를 흔들림없이 했다는 이야기다.
이태양이 지난 7~8월 심한 기복을 보이자 주위에서는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무래도 풀타임 선발 첫 해, 시즌을 꾸려나가는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이태양이 부진을 보일 때면 "한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방법, 한 시즌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을 자주 만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는 의미였다. 정규시즌의 경험이 이번 아시안게임서 약이 된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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