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의 '결승 남북대결'이 성사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다. 10월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운명의 휘슬이 울린다. 아시안게임의 '꽃중의 꽃'인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북한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남과 북은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맞닥뜨렸다. 서슬퍼런 시절이었다. 득점없이 비기며 공동우승을 차지했지만 시상대에서 '냉전의 어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북한의 주장 김종민이 먼저 시상대에 섰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장 김호곤이 올라서는 순간 도발했다. 엉덩이로 밀어버려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어깨동무로 막을 내렸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긴 시간이 흘렀다. 30일 운명의 시계가 되돌아왔다. 더 이상 공동우승은 없다. 90분에 승부가 나지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그래도 균형이 깨지지 않으면 승부차기가 이어진다.
한국 축구는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랐다. 이광종호는 이날 태국과의 4강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에 대세가 갈렸다. 전반 41분 이종호가 헤딩, 전반 45분 장현수가 페널티킥으로 연속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결승행을 결정지었다.
한국 축구는 1970년(방콕)과 1978년(방콕) 공동 우승, 1986년(서울)에는 사상 첫 단독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단 한번도 결승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1990년 베이징(3위), 1994년 히로시마(4위), 2002년 부산(3위), 2006년 도하(4위), 2010년 광저우(3위) 대회에선 4강에서 멈췄다. 1998년 방콕에서 8강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28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 단 한경기만 남았다.
북한은 강호 이라크와 연장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연장 전반 6분 정일관의 프리킥골로 승부를 갈랐다. 북한이 아시안게임 결승에 오른 것은 1990년 베이징 대회(준우승) 이후 24년 만이다. 우승은 1978년이 마지막이었다.
남북대결, 이유가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갚아줘야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두 차례나 남북대결이 벌어졌다. 20일 아우들이 태국 방콕에서 북한과 충돌했다.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결승전이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인 이승우와 장경희의 활약으로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컸다. 그러나 1대2로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29일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축구에서 남북 4강 대결이 열렸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하며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그라운드는 아픔으로 얼룩졌다. 감독도 울고, 선수도 울었다. 태극낭자들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4년 전의 패배도 설욕해야 한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남북대결이 열렸지만,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0대1로 패했다. 아시안게임 역대 남북대결에선 1승1무1패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번 대회 A조에서 출발한 한국은 6전 전승, F조의 북한은 5전 전승을 거뒀다. 이광종호가 처절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마지막 무대까지 왔다. 여전히 시각은 냉온이 엇갈린다. 경기력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차곡차곡 쌓아 올라 28년 만의 역사를 쓴 것은 그들의 작품이다.
남북대결까지, 시간은 하루 뿐이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한판이다. 이 기회가 가면 또 언제올지 모른다. 후회없는 혈투는 그들의 몫이다.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최후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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