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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1등만 해온 선수다. 2004년 멜버른세계선수권,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는 대한민국 유일의 수영선수였다. 이기는 법만 알던 박태환은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그렇게 간절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박태환의 동메달은 본인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시상대, 기자회견,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침착했다. 미소와 품격을 잃지 않았다. 물속에서 가장 먼저 우승자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고, 시상대에서 가장 밝은 미소로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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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날 풀린 근육 "과도한 긴장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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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인 동요는 '5초 미스터리'로 이어졌다. 8월23일 팬퍼시픽선수권에서 3분43초15, 올시즌 세계최고기록을 작성했던 박태환이 9월23일 400m 결선에서 무려 5초나 뒤처진 3분48초33의 기록으로 3위에 그쳤다. '안방 부담감'만으로는 한달 사이의 급락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대회 일주일전 등에 담이 들어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심플하게, 생각이 많았던 게 이유"라고 단언했다. "생각이 많으면 몸이 경직된다. 심지어 레이스 중에도 생각이 많았다. 50m는 이렇게, 100m 는 이렇게, 하기노도 신경쓰이고, 쑨양도 신경쓰이고, 복잡했다. 내 레이스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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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200m 동메달 후 자유형 400m의 부담감은 더 커졌다. "400m 때는 200m를 만회하고픈 생각이 컸다. 내가 시즌1위 기록 보유자라는 사실을 팬들도 아시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0m 턴 직후, 또다시 미칠 것같은 답답함이 찾아왔다. 박태환은 "하마터면 답답해서, 중간에 나갈 뻔했다. 맘은 쑨양, 하기노와 같이 가고 있는데, 몸이 말을 안듣는 상태…. 끝까지 어거지로 버텼다"고 말했다. "경기직전 페이스가 좋았고, 준비도 잘됐다. 연습 페이스도 좋았다. 그런데 경기 내내 풀린 근육이 돌아오지 않았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3번째 아시안게임은 박태환에게 아쉬움이다. "아쉬움이 제일 많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의미 있는 대회였다"라고 자평했다. "미흡한 경기가 나타난 경기를 통해 배웠고, 안방에서 뛰었을 때 내가 이런 것에 약했구나라는 것도 알았다. 곧 부담감, 압박감을 심리적으로 이겨내지 못한 부분도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400m 금메달 기자회견에서 쑨양이 "힘든 상황에서도 후원을 아끼지 않은 361에 감사한다"는 코멘트를 언급했다. 박태환도 그날의 기자회견을 기억하고 있었다. "옆에서 웃었지만, 씁쓸했다.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쑨양은 잡음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어찌 됐든 금메달을 땄다. 잡음이 많은데도 기업이 끝까지 믿고 후원해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내게도 그런 후원사가 '있었더라면', 아니 '있다면'… 그 회사를 위해 쏟을 것같다"고 했다.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아직은 할 수 있는 능력 있으니까…"라고 자신감을 표하더니 "후원사 없이 혼자 하게 되면 좀…"하며 말을 줄였다. 싱긋 웃으며, '절친' 손연재의 경기로 재치있게 화제를 돌렸다. "오늘부터 연재 경기죠? 이번 아시안게임, 제 게임은 아니었지만, 연재의 아시안게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