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35)은 20승, 거포 박병호(28)는 50홈런, '히트 머신'서건창(25)은 사상 첫 200안타를 바라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의 뜨거운 도전이 맥없이 흘러갈 수 있는 시즌 막판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밴헤켄의 등판, 박병호의 홈런, 서건창의 안타. 히어로즈 경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여기에 '히어로' 한명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9일 현재 타율 3할5푼7리-38홈런-110타점을 기록 중인 강정호다. 그는 이미 유격수 최다홈런 기록을 넘어 사상 첫 40홈런을 노리고 있다. 공격력이 좋은 유격수 수준을 넘어 가공할 장타력을 지닌 최강의 유격수 시개를 열었다.
그렇다면, 20승과 차원이 다른 영역인 50홈런, 200안타 중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록은 어떤 걸까. 이 세가지는 페넌트레이스 MVP 수상에도 직결될 수 있는 기록이다. 밴헤켄과 박병호 강정호의 MVP 3파전이 유력했는데, 서건창이 강력한 변수로 떠올라 판을 뒤흔들 태세다.
먼저 세 기록의 의미를 살펴보자.
50홈런이 타자의 로망을 넘어선 차원이 다른 영역, 압도적인 타자의 기준점이라면 투수에게는 20승이 그렇다. 밴헤켄은 2007년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 이후 7년 만의 20승을 노리고 있다. 19승을 거둬 이미 리오스 이후 7년 만에 최다승을 기록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 9월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19번째 승리투수가 된 후 인천아시안게임 휴식기에 들어갔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에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했다. 20승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규시즌이 재개된 후 등판한 2경기에서 1패에 그쳤다.
10월 3일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선 밴헤켄은 5⅓이닝 10안타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고, 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6⅓이닝 3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도 불펜의 난조로 승리를 날렸다. 이제 1게임 정도 선발등판이 가능하다. 호투는 기본이고, 동료 타자와 불펜투수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승리 수에 비해 다소 높은 평균자책점(3.57)이 다소 아쉽다.
지금까지 50홈런을 경험한 선수는 이승엽과 심정수, 딱 두 명 뿐이다. 지난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가 각각 56개, 53개를 때린 후 지난 10년 간 50홈런이 자취를 감췄다. 30개 초중반을 때리면 홈런왕이 가능했다. 지난 2006년 이대호는 26개를 치고도 타이틀을 차지했다. 밋밋하게 흘러가던 분위기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은 게 박병호 파워다. 풀타임 첫 해인 2012년에 31개를 때린 박병호는 지난해 37홈런을 쏘아올리며 2년 연속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그리고 9일 현재 48홈런. 50홈런-3년 연속 홈런왕이 눈앞에 있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이전인 9월 9일 한화전에서 48호 홈런을 때린 후 8경기에서 침묵했다.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11경기 연속 무홈런, 6월 중순 9경기에 이은 세번째로 긴 무홈런 기간이다. 특히 아시안게임이 종료된 후 열린 5경기에서 21타수 2안타, 타율 9푼5리로 부진했다. 타격감이라는 게 금방 올라올 수도 있지만, 지금은 분명히 타격감이 떨어져 있다. 물론, 대다수 야구인들은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가 남은 5경기에서 충분히 2개를 때릴 수 있다고 말한다.
50홈런 타자, 20승 투수는 이미 있었지만, 200안타는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50홈런과 20승보다 기록적인 면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 기록은 1994년 이종범의 196개. 서건창은 8일 삼성전에서 3안타를 쏟아내고 이종범에 3개차로 다가섰다. 지금까지 190안타를 넘어선 타자는 이종범과 1999년 이병규(192개), 셋뿐이다.
이제 4개를 때리면 신기록, 7개를 추가하면 200안타다. 서건창은 또다른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27득점을 기록해 역대 한시즌 최다 득점인 1999년 이승엽의 128득점에 1점차로 따라붙었다. 서건창은 3할7푼1리로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20승과 50홈런, 200안타 모두 아주 특별한 기록이다. 사실 가치를 두고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희소성만 놓고 보면 200안타에 눈이 가고, 20승과 50홈런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윤석환 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는 "50홈런과 200안타, 20승 모두 엄청난 기록인데, 굳이 최고를 따진다면 20승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전에도 20승 투수가 있었지만,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에 거둔 20승이 나온다면, 더 특별할 것 같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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