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2007년 8월16일에 열린 '2008 신인드래프트'에서 광주일고 3학년생 서건창을 데려가겠다는 프로팀은 없었다. 지역 연고팀 KIA 타이거즈를 비롯한 프로구단들은 서건창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서건창은 테스트를 통해 2008년 LG 트윈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겨우 1군에서 1경기에만 출전하고는 다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갈 곳을 잃은 서건창은 2009년에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한다. 야구를 계속하기 어려운 환경. 만약 이때 서건창이 야구를 포기했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큰 보물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건창은 야구를 버리지 않았다. 제대 후 2011년 말에 또 테스트를 받고 넥센 히어로즈 신고선수가 됐다. 다시 얻은 기회. 서건창은 이걸 꼭 붙들었다. 독하게 훈련해 실력을 키워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더니 2012년에는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6년전 '존재감 제로'였던 서건창은 2014시즌에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넥센 리드오프 서건창은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번 시즌 197번째 안타를 날렸다.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2루에서 KIA 선발 김병현을 상대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볼카운트 2B1S에서 김병현이 던진 4구째 몸쪽 시속 137㎞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특유의 빠르고 간결한 스윙에 걸린 타구는 중견수 왼쪽의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이로써 서건창은 올해 125번째 출전경기에서 197번째 안타를 기록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종범 현 한화 이글스 코치가 해태 타이거즈 선수시절인 1994년에 세운 196안타를 넘어섰다. 무려 20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 전까지 서건창은 124경기에 나와 196안타를 때렸다. 1개만 더 치면 신기록. 그리고 여기서 3개의 안타를 더 보태면 33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누구도 오르지 못한 '한 시즌 200안타'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일단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은 이날 KIA전에서 나올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서건창은 평소와 똑같았다. 진중한 표정으로 토스배팅을 하며 타격 폼을 점검하고는 배팅케이지에 들어서 타격 연습을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현재의 서건창은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월등한 발전을 이뤄냈다. 한국 타자 중에서 가장 타격 포인트를 몸쪽으로 끌어와서 칠 수 있는 타자가 됐다. 인(in)에서 아웃(out)으로 이어지는 스윙이 완벽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몸쪽 공이든, 바깥쪽 공이든 다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 신기록을 넘어서 '200안타 고지'까지 밟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서건창은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나갔다. 김병현은 서건창과 무척이나 신중한 승부를 펼쳤다. 굳이 대기록을 의식해서라기 보다는 상대팀의 리드오프를 봉쇄하기 위한 당연한 투구법. 그러나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결국 안타를 허용했다. 초구와 2구째 볼에 이어 3구째 몸쪽 공. 서건창은 날카로운 스윙을 했지만, 타구는 1루 파울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볼카운트 2B1S. 김병현은 직구를 던졌다. 코스는 몸쪽. 하지만 공이 날아오며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약간 몰렸다. 실투라고 하긴 어려운 공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공은 서건창에게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망설임없는 스윙에 이은 깨끗한 안타. 주목받지 못했던 '무명선수' 서건창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격 달인으로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대기록을 달성한 서건창은 "솔직히 실감이 잘 안난다. 무엇보다 우상이었던 이종범 선배님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게 정말 영광스럽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나에게는 '가문의 영광'이나 마찬가지"라고 신기록 달성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도 지금처럼 하겠다. '200안타 달성'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편, 이날 서건창은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초 '200안타 달성'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이제 3안타가 남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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