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가 아닌 정규경기 같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자칫 긴장감이 풀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포스트시즌 단기전. 확실히 심리적인 평온을 유지하긴 쉽지 않다. 집중력을 배가시켜야 하지만, 심리적 부담감을 동시에 떨쳐야 한다.
심리적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말의 주인공이 NC 최고참 이호준(38)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8시즌째를 뛰고 있는 백전노장. 그동안 수많은 단기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베테랑.
NC는 확실한 아킬레스건이 있다. 창단 2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 경험의 부족이다.
NC 포수 김태군은 "1차전, 3회가 돼서야 비로소 몸이 풀리더라. 줄 점수 다 준 상태였는데"라며 농담섞인 '자책'을 했고, 나성범도 "1회부터 몸이 붕 뜬 느낌이었다"고 했다.
물론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등 포스트 시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팀야구라는 측면에서 내재된 DNA는 다를 수밖에 없다.
NC는 갈림길이다. 포스트 시즌을 견디면 한 단계 성장한다. 반면 무너지면 자칫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때문에 NC 김경문 감독도 선수들의 심리적 변곡점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다가간다.
그는 20일 우천취소가 결정되자 "1차전 패배로 인해 가진 부담을 떨치라고 경기 전 선수들에게 계속 주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담감을 떨칠 수 있겠나. 오히려 우천취소로 하루 연기되면 집에 가서 쉬면서 다음날 좀 더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이런 멘트는 정확하다.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은 발언이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이호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호준이 팀 미팅을 소집했다고 하더라. 역시 베테랑으로서 정말 팀을 잘 이끌고 있다"고 했다.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과정에서 사령탑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단기전에는 더욱 그렇다. NC와 같이 심리적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그런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실제적 역할은 베테랑들이 해줘야 한다. 사령탑의 배려도 중요하지만, 베테랑이 이끄는 분위기 역시 선수들의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호준의 리더십은 확실히 특별하다. 그는 1차전 크게 뒤진 9회 터진 자신의 솔로홈런에 대해 "'아이고 의미없다'라는 댓글을 보고 공감했다"고 농담했다.
하지만 그의 홈런은 의미가 있다. 대패했지만, 쉽게 지지 않겠다는 최고참의 의지가 담겨있다. 당연히 선수단에 자극을 주고, 향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호준은 자신의 홈런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자책 유머'를 구사했다. 이종욱의 송구실수에 대해서도 "(어깨가 강해져) 회춘한 줄 알았다"고 농담을 던진다.
이유는 딱 하나. 준플레이오프에서 과도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어떻게든 덜어보려고 하는 노련한 멘트들이다.
라커룸 복도 문구를 '후회없이 하자'를 '즐기면서 하자'로 바꾼 이유. 같은 맥락이다. 선수단의 심리적인 변화에 대한 세심한 대처. 노련한 그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NC는 심리적 아킬레스건에 대한 완벽한 '완충장치'가 있다. 단기전에서 특히 빛나는 이호준의 리더십이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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