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여성 등기임원 가운데 80%가 지배주주 일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위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내부 승진을 통해 사내 등기임원에 올라간 여성의 수는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다.
29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94개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11.2%인 78개사에 불과했다.
여성 등기임원 수는 총 85명으로, 기업당 평균 1.08명에 그쳤고 두 명이 넘는 여성 임원을 보유한 회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
여성 등기임원 가운데 사내이사는 80.0%인 68명이었고, 이중 지배주주 일가는 54명으로 79.4%를 차지했다.
또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200개 상장사 가운데 총수가 있는 181개사의 경우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이 1.33%였던데 비해 그렇지 않은 19개사는 0.58%에 그쳤다.
기업집단별 평균 여성임원비율은 이랜드그룹이 16.67%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조사 대상기업 중 이랜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은 1개사(이월
드)에 불과해, 가장 여성임원을 적극적으로 선임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대그룹은 여성임원 비율이 12.17%로 뒤를 이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에 여성 등기임원이 각각 1명씩 있었는데 이는 해당 기업들의 이사회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집단인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제외하고 세 번째로 여성임원비율이 높은 한진그룹(8.87%) 역시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 부사장이 대한항공에,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에 등기임원으로 소속돼 있어, 지배주주 일가인 여성만이 이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삼성그룹(4.82%)의 경우, 호텔신라의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하고는 여성 등기임원을 보유한 나머지 4개 기업(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카드)이 모두 지배주주 일가와 혈연관계가 없는 여성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은 모두 사외이사다.
현대자동차와 한화, SK, 효성, 신세계, CJ, GS, 코오롱 등은 여성임원 비율이 0%였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전체 등기임원 수는 4561명으로, 여성임원 비율은 고작 1.9%였다. 이는 일본의 1.1%보다는 높았지만 프랑스(18.3%), 미국(14%), 영국(12.6%), 중국(8.4%)보다는 단연 낮았다.
한편,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이사회 여성 임원 확대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여성 임원 증대 방안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할때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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