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이 사라졌다.
최근 수 년간 가을야구, '포스트시즌'의 특징은 기민한 주루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발야구'였다. 도루로 상대 내야를 흔들거나 한 베이스씩 더 앞서가는 주루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또 이를 막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그런가하면 이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수는 포스트시즌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곤 했다. 어쨌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부지런히 달리고, 눈치빠르게 훔치고, 또 혼신을 다해 막는 모습이 나오면 팬은 열광한다. 경기도 한층 흥미로워진다.
그런데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특이하게도 이런 '발야구'가 실종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플레이오프가 흥미롭지 않다거나 수준이 낮아졌다는 건 절대 아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은 명승부로 손꼽을 만 했다. 치열한 작전싸움과 투수교체 타이밍 잡기, 기막힌 윤석민 대타작전, 기대하지 않았던 신정락의 최고 역투 등. 볼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도루를 하는 모습만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두 팀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나온 도루는 겨우 1개. 1차전에서 교체투입된 넥센 서동욱이 8회 볼넷으로 나가 성공한 것이 전부였다. 시도 자체가 적었다. 총 시도는 서동욱을 포함해 2회였다. LG 오지환이 6회에 2루 땅볼을 치고 1루에 나갔다가 2루 도루를 시도해 아웃된 게 최초. 서동욱은 그 다움이다. 2회 시도 중 1회 성공. 1차전에서 박병호는 7회 1사에서 1루에 있다가 강정호 타석때 나온 폭투를 틈 타 2루까지 뛰었다가 아웃당했다. 도루실패가 아닌 주루사로 기록됐다.
2차전에서는 아예 두 팀의 어떤 선수도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 "무엇보다 도루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도루를 성공하면 몸이 확 풀리면서 경기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했던 오지환조차 도루를 시도조차 못했다. 워낙 2차전 선발이 1루 견제에 유리한 왼손투수 밴헤켄이었던 탓도 크지만, 전반적으로는 주자들이 상당히 몸을 사린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넥센이나 LG는 올해 도루를 그렇게 많이 한 팀들이 아니다. 넥센은 7위(100개), LG는 6위(105개)다. 넥센은 박병호-강정호의 강력한 대포들이 있어 도루의 필요성이 별로 없었다. LG도 도루 보다는 팀배팅, 그리고 짧은 외야안타 때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를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두 팀에는 분명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넥센 리드오프 서건창은 무려 올해 48개의 도루를 했다. LG 오지환도 28도루를 성공했다. 상당한 스피드와 주루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도루는 분명 3차전 이후 상당히 유용한 공격옵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누가 먼저 스타트를 끊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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