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적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흥련은 2년차 시즌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부모(父母)'가 새겨진 장비를 들고 한국시리즈 첫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야탑고와 홍익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2차 5라운드에 삼성에 지명된 이흥련은 올시즌 1군에서 뛰었다. 진갑용과 이지영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고, 한동안 주전포수로 선배들의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신인 시절 2군에만 머물던 이흥련은 2년차였던 올시즌 88경기에 나섰다. 타율 2할2푼7리 1홈런 17타점에 그쳤지만,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였다.
이흥련은 진갑용이 복귀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세 명의 포수가 나서게 된 것이다. 경기 막판 투입되는 백업 역할이지만, 이흥련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시리즈를 준비중이다. 오히려 경기 막판 타이트한 상황에서 출전했을 때, 떨지 않고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흥련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상대인 넥센 히어로즈 타선을 철저히 분석했다. 올해 영상을 보는 것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했던 LG 트윈스의 포수 최경철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첫 한국시리즈 준비는 그렇게 성실히 마쳤다. 이제 출전을 기다릴 때다. 이흥련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영상을 보면서 '올해는 내가 여기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올해 초반부터 1군에서 경기에 나가는 등 운이 좋았다. 그래서 올해 잘 맞고, 잘 한 영상도 많이 봤다. 역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이흥련의 역할은 경기 후반 투입되는 마지막 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항상 대비하고 있다. 1회부터 상대 타자들을 관찰하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해준 말은 없을까. 이흥련은 "이승엽 선배님이 다른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포수의 기본인 캐칭과 블로킹에 집중하려 한다. 잘 하려고 하기 보다는 기본대로 하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흥련이 장비를 챙겨 훈련을 나가려 할 때, 그의 배트에서 '父母'라는 글자가 보였다. 매직으로 작게 써놓은 글씨, 이흥련은 "내게는 부적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가 잘 안 돼 방황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 이흥련은 자신의 장비에 한자로 부모를 써놓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이 계신데 내가 방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써놓기 시작했다. 근데 그 이후에 야구가 잘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장비에 써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흥련의 글러브와 배트, 헬멧에는 어김없이 부모님을 향한 주문이 새겨져 있다. 그는 "1차전 때 부모님이 처음 대구구장에 오신다. 그동안 멀어서 수도권 경기만 보러 오셨다"며 한동안 배트를 바라봤다. 이흥련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자신만의 부적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까.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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