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 92홈런, '호-호 듀오'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올 정규시즌 홈런 부문 1,2위는 모두 넥센 히어로즈 소속 선수다. 박병호가 52홈런을 쳤고, 강정호는 유격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40홈런을 때렸다. 넥센은 시대를 대표하는 거포 둘을 한꺼번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샀다.
삼성 라이온즈가 넥센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가장 경계했던 박병호와 강정호. 그러나 이들은 한국시리즈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넥센은 조연 역할이라도 바랐지만, 시리즈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핵타선'의 배신, 넥센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가장 뼈아픈 이유다. 나바로(4홈런 10타점), 최형우(5타점) 등 주력 타자들의 맹타가 터지면서 타선의 짜임새를 살린 삼성과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박병호의 한국시리즈 6경기 성적은 타율 1할4푼3리(21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지난 5일 2차전서 0-6으로 뒤진 4회 중월 솔로홈런을 친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타격이 없다. 1차전서는 그래도 4사구 3개를 얻고 득점 1개를 올렸다. 하지만 3차전서 4타수 무안타, 5차전서 4타수 무안타에 이어 11일 6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특히 이날 1-4로 뒤지고 있던 4회말 1사 3루의 추격 기회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138㎞짜리 바깥쪽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갈 때 짓던 괴로운 표정이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강정호는 더욱 처참했다. 6경기서 타율 5푼(20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1차전서 2-2 동점이던 8회 결승 투런홈런을 친 것이 전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마지막 무대서 불방망이를 휘두를 것으로 팬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2차전부터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잔혹사가 이어졌다. 3차전서 이승엽의 높이 솟구친 타구를 판단 착오로 잡지 못했고, 5차전서는 9회말 나바로의 땅볼을 놓치는 실책을 범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두 선수 모두 게임을 거듭하면 나아질 것으로 봤던 넥센 벤치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렸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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