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사람들은 한국시리즈가 진행된 지난 일주일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기분일 것이다. 희망에 들떴다가 절망을 맛봤고, 비상을 꿈꿨다가 추락을 경험했다. 경기 막판에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의 짜릿한 반전 드라마는 히어로즈의 깊은 한숨, 눈물로 이어졌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도, 고비에서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지독하게 운도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력이고, 총체적인 전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한국시리즈 전적 2승4패. 이렇게 2014년 히어로즈 야구가 끝났다.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묵은 숙제를 다시 안긴 한국시리즈였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아무리 화려한 공격력을 보여줬다고 해도, 포스트시즌 단기전 승부의 열쇠는 마운드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히어로즈가 최고 수준의 팀으로 도약했지만 마운드 강화없이 우승은 쉽지 않다. 말처럼 쉬운 숙제가 아니기에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는 과제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히어로즈는 투수 엔트리를 10명으로 가져갔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모두 그랬다.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단기전에서는 6~7명의 투수만 있으면 충분하다. 페넌트레이스와 다르게 투수진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앤디 밴헤켄, 헨리 소사, 오재영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 6명으로 시리즈를 끌고갔다. 마운드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나마 한현희는 한국시리즈들어 부진해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처음부터 제한된 카드를 쥐고 게임에 나섰다.
하지만 소수정예의 한계가 분명했다. 두 번의 역전패 모두 수비 실수가 빌미가 됐지만, 특정 투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불펜 과부하를 가져왔고, 참사로 이어졌다고 봐야한다. 처음부터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불리한 싸움이었다. '시한폭탄'을 등에 지고 나선 셈이다.
사실 6명의 투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나머지 투수들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나머지 투수, 최소한 엔트리에 들어있는 4명의 활용법을 조금 더 고민했어야 했다.
국내 투수들의 더딘 성장이 아쉬웠다. 현재 불펜의 중심인 한현희와 조상우는 2012년과 2013년 입단한 고졸 3년차, 2년차 투수다. 두 명의 유망주가 주축 선수로 성장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마운드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히어로즈에는 2009년 이후 10승을 거둔 국내 투수가 없다. 올해는 9승(4패,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한 문성현이 최다승 국내 투수다. 시즌 초 기대가 컸던 금민철 하영민 김대우이 그랬고, 매년 주목을 받았던 강윤구 김영민 장시환도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타선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투수들의 성장세가 답답하다. 이쯤에서 투수 육성 시스템을 점검해 봐야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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