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단골 멘트인 '이기는 축구'는 무실점에서 출발한다. 지난달 초 A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은 뒤 전술 포인트를 수비라인에 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도 기초공사가 잘 돼야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어서다. 코스타리카전이 끝난 뒤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운데다.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때문에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의 최대 격전지는 '중앙 수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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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네 명의 센터백 자원이 가동됐다. 파라과이전에선 김기희(전북)와 곽태휘(알 힐랄)가 호흡을 맞췄다. 코스타리카전에선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김주영(서울)이 중앙 수비를 맡았다. 경기 도중 큰 변화는 없었다. 대부분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합격점을 받은 센터백 자원은 없었다. 파라과이에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김기희-곽태휘 라인은 100%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6대3이 됐어야 할 경기였지만, 골키퍼가 선방했다"고 말했다. 김영권과 김주영도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에 3골을 헌납했다. 이날 김영권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주영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불안함을 동시에 노출했다.
중동 원정을 앞두고 변화가 생겼다. 김기희와 김주영이 제외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멤버인 김기희는 병역 혜택을 위한 4주간의 군사 훈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이름이 빠졌다. 김주영은 지난달 26일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직전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브라질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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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다른 자원이 센터백 실험을 기다리고 있다. 장현수(광저우 부리)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캡틴' 장현수는 코스타리카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의 멀티 능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현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는 곽태휘와 장현수다. 꾸준한 출전으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곽태휘는 중동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환경에 익숙해진 상태다. 또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팀 알 힐랄의 준우승을 견인한 공로로 아시아축구연맹이 꼽은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장현수는 중국 무대에서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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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홍정호와 김영권은 경기 감각에 문제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홍정호는 올시즌 벤치워머로 전락한지 오래다. 지난시즌부터 절정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는 클라반, 칼젠브라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팀이 크게 이기고 있거나, 패하고 있을 때 투입되는 정도다. 김영권은 최근 부상에서 회복됐다. 코스타리카전 종료 직전 킥을 한 뒤 왼쪽 허벅지 안쪽 근육이 뒤틀렸다. 김영권은 2일 시즌 최종전에서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이후 10일 정도 훈련을 쉬었다.
슈틸리케호의 센터백은 '무주공산'이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된다. 슈틸리케호는 12일(한국시각) 중동 원정 첫 번째 상대인 요르단의 암만 근교 자르카의 프린스 모하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요르단(14일)과 이란(18일)의 두 차례 평가전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마지막 기회다. 슈틸리케호 센터백들의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