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을 타고 있는 팀과, 연패에 빠진 팀의 분위기는 다를 수 밖에 없다.
16일 강원도 춘천시 춘천호반체육관에서는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과 KDB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공교롭게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은 개막 후 4연승을 달리고 있는 반면 KDB생명은 4연패에 빠진 상태였다.
경기 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연패에 빠진 팀과의 경기는 부담스럽다. 이를 끊기 위해 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기 때문"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진 않았지만, 언제까지 연승이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곧 깨지지 않겠냐"면서 빙그레 웃었다. 확실히 여유가 넘치는 모습.
KDB생명 안세환 감독은 "공수의 밸런스 자체가 안 맞는 것 같다. 집단 부진에 빠져있다. 또 연패에 빠지다보니 전반적으로 부담이 많은 것 같다"며 "박스 아웃, 리바운드, 협력수비 등 기본부터 다시 하자고 주문했다. 이것이 잘 돼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이 경기를 포함해 가장 기세가 좋은 우리은행과 2연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 자칫 연패가 더 길어질 수 있는 위기였다.
이 분위기는 전반전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은 경기 시작 후 21초만에 첫 슈팅인 이승아의 3점포가 그대로 림을 통과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어 샤데 휴스턴과 임영희, 이승아의 연속 2점포가 터지며 10-0까지 달아났다. 그러는 사이 KDB생명의 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공격 로테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골밑으로 공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했고, 결국 센터 김소담이 경기 시작 후 5분20여초만에 외곽에서 쏜 첫 미들슛으로 겨우 무득점에서 벗어났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는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유기적이지 못했다. 특히 안 감독이 강조했던 리바운드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슈터들을 놓치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반면 우리은행은 전반전에만 8명의 선수가 투입된 가운데 강영숙을 제외한 7명이 모두 득점에 가담하는 고른 활약을 펼치며 KDB생명의 골밑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전반전에 이은혜와 김단비가 각각 1개씩 파울을 범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수비도 여유로웠다. 41-23으로 전반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KDB생명은 후반전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경은 노현지 한채진 등 스몰 라인업 3명에다 김소담 테일러 등 2명의 빅맨으로 나서서 앞선부터 강한 압박을 가했다. 또 빠른 발을 활용해 적극 속공에 나서고 테일러의 높이를 적극 이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갑작스런 KDB생명의 변화에 우리은행 선수들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KDB생명은 3쿼터에만 25득점을 올리며 우리은행에 48-58, 10점차로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3쿼터에 효과적이었던 이 라인업이 4쿼터까지 그대로 이어지기는 힘들었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전반전에 아껴뒀던 체력을 바탕으로 기습적인 풀코트 압박 수비를 선보이며 점수차를 더이상 좁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KDB생명은 4쿼터 시작 3분도 되지 않아 팀파울에 걸릴 정도로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지만, 디펜딩 챔프 우리은행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결국 우리은행은 사샤 굿렛, 휴스턴, 이승아, 박혜진 등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4명을 앞세워 69대63으로 승리, 개막 후 5연승을 이어갔다. 또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1라운드 전승을 기록했다. 한국 여자농구 최초의 기록이다. KDB생명은 5연패에 빠지긴 했지만, 한채진 이경은 김소담 등 주전들의 공격력이 살아났고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며 곧 연패 탈출을 기대케 했다.
춘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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