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신청 이후 과정이 순탄하게 풀린다. KIA와 양현종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포스팅 금액이 제시됐고, 이후 입단 협상도 잘 진행돼 양현종이 미국으로 떠난다.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열리는 날. 하지만 동시에 이날은 KIA가 또 다시 에이스를 잃은 날이기도 하다.
상상 속의 시나리오지만, 결코 허황된 건 아니다.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로 떠난다는 건 곧 KIA가 에이스를 잃게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 상황에 대해 KIA는 어떤 대책을 세워놓고 있을까.
현재로서 KIA가 준비할 수 있는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외부 FA 영입을 통한 선발 자원 보강이다. FA시장에 풀리는 '10승 선발'을 영입해 양현종의 빈자리를 메우는 방안이다. 현재 FA 시장에 나온 선수 중 '10승 선발감'은 윤성환 장원준 배영수 등이다. 그리고 KIA에서도 송은범이 FA 자격을 얻는다.
기본적으로 송은범은 잔류시켜야 한다. 올해 부상 등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송은범은 준비만 잘 갖춰지면 10승에 충분히 도전할 만한 투수임에 틀림없다. '집안 단속'이 최우선 과제다. 다음으로 외부 영입이다. 그런데 외부 영입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단 윤성환과 배영수는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다.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두며 안정성과 경기지배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윤성환은 FA 시장 최대어로 통한다. 몸값이 최고조로 뛰어오를 전망.
그리고 배영수는 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위력은 다소 떨어졌다고 해도 삼성으로서는 배영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는 건 상상도 못할 시나리오다. '통합 4연패'를 거둔 삼성이 이런 자기 선수들을 놓칠 리 없다. KIA가 이들을 빼오려면 어마어마한 출혈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신 장원준은 고려해볼 만 하다. 양현종과 같은 왼손 선발인데다 롯데가 상당한 내홍사태를 겪은 만큼 장원준 단속에 소흘할 수 있다. 장원준 역시 혼란스러운 팀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해볼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내부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양현종이 떠난 상황에서 그 자리를 메워줄 만한 힘을 안에서 찾는 것이다. 일단 외국인 투수 영입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내년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는 송은범과 김진우의 투톱 시스템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일단 송은범을 잔류시킨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김진우가 제 기량을 되찾아줘야 하는 조건도 있다. 김진우는 구위만으로는 국내 최고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부상의 악재가 있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최근 간단한 수술을 받았는데, 재활을 착실히 진행한다면 내년 시즌 초반부터도 정상등판이 가능하다. 이건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의 몫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내부 역량을 얼마가 강하게 만드느냐가 포스트 양현종 대책의 핵심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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