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나이 40을 표현하는 말이다. 20대의 서툰 패기와 30대의 뜨거운 정열은 사라졌을 지라도 삶의 속임수에는 여간해선 넘어가지 않는다. 노련하고 속이 깊어진 나이. 그래서 성현 공자는 40대를 '불혹'이라고 불렀다.
2015년이 되면 만으로 40세가 되는 야구선수가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어본 베테랑이다. 예전이었다면 은퇴를 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하지만 그는 또 다른 도전과 명예 회복을 노리며 뛰고 또 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다. 오로지 스스로 흘리는 땀방울만 믿는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품 포수. 데뷔 후 세 번째로 입은 이글스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남자. 한화 조인성(39) 이야기다.
요즘 조인성은 하루에 보통 세 가지 일정을 소화한다. 오전에는 인하대로 가서 캐치볼과 티배팅 등을 훈련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송도로 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녁이 되면 서울로 가서 지인이 운영하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근육을 풀어주며 운동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조인성은 "인천과 서울을 오가느라 좀 힘들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한다"며 껄껄 웃었다.
12월은 사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짧은 휴가나 마찬가지다. 1월부터 11월까지 캠프와 시즌, 각종행사를 치르느라 분주하다 겨우 짧은 여유가 생기는 시기이기 때문. 하지만 조인성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하루에 세 가지 운동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정규시즌보다 때로는 더 바쁘고 힘들다. 그는 왜 이렇게 고된 운동스케줄을 잡은 것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실력으로 보여주기 위한 준비"라는 게 조인성의 설명이다. 조인성은 "솔직히 최근 3년간은 거의 보여준 것이 없었다. 올해 한화로 팀을 옮긴 뒤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특히 새로 감독님이 오시면서 베테랑들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베테랑의 역할에 대해 늘 큰 기대와 관심을 보여왔다. 체력적으로는 젊은 선수에 비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들이 쌓아온 큰 경험을 믿고 중용해왔다.
조인성 역시 그런 김 감독의 성향을 잘 알고있다. 또한 김 감독 역시 조인성의 경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 조인성에게 "30대 초반의 몸을 만들라"고 지시한 건 향후 조인성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예고와 같다. 조인성 역시 김 감독의 그런 지시가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하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진심으로 30대 초반의 체력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나의 가장 큰 자산이 '경험'이지만, 이제는 체력으로도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조인성의 2015시즌 목표는 굉장히 명확하다. '어게인 2010'.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로의 복귀다. 2010년의 조인성은 눈부셨다. 데뷔 13년차에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웠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133경기에 모두 나왔다는 것도 대단한데, 타율도 3할1푼7리나 찍었다. 28홈런 107타점. 모두 자신의 최고 기록이다. 이 화려한 기록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뜨겁다.
조인성은 "내 나이를 보고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당당히 맞서겠다. 그리고 내년에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12월 강훈의 이유를 밝혔다. 흔들림없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달리는 조인성의 모습에서 2015시즌 성공이 예감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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