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 관해)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네."
16일 오후,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노 감독의 목소리에는 허허로움이 묻어났다. "나는 괜찮아. 허허허. 이런 일도 있고 그런거지 뭐. 걱정해줘서 고마워." 담담하게 말하며 껄껄 웃었지만,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속마음이 그리 편할 리가 없다. 전혀 뜻하지 않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로부터 비난을 받았기 때문. 김 감독은 오랜 연륜에서 생긴 평정심으로 씁쓸한 속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선수협회는 지난 15일 비활동기간에 합동훈련을 진행한 넥센 히어로즈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넥센의 훈련 장면이 한 매체에 보도되자 강한 비난과 함께 엄중 제재를 경고했다. 여기까지는 엄연한 사실이다. 선수협회는 넥센의 합동훈련에 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한 뒤 다른 구단에 경각심만 심어주면 됐다.
그런데 이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을 향해 엉뚱한 소리를 했다. 박충식 사무총장이 "넥센도 피해자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야구계에 복귀하면서 잘 지켜지던 규정이 전부 깨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같은 박 사무총장의 비난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우선 넥센이 룰을 어긴 것에 대해 엉뚱하게 "김성근 감독 때문"이라고 한 부분이다. 김 감독이 비활동기간에 합동훈련을 하라고 부추긴 것이 아니다. 넥센이 스스로 택한 일이다. 전혀 다른 대상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한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다음으로 김 감독이 실제로 룰을 깨트렸는 지 여부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12월에 오키나와에서 재활캠프를 치를 준비를 한 건 맞다. 하지만 혹시나 이게 문제가 될까 싶어 선수협회에 미리 문의했다.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도중 김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김 감독은 "그때 훈련이 가능한 지 물어봤더니 '안됩니다' 하더라.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12월 재활캠프를 전면 취소했다. 그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 감독은 어떤 형태로든 선수들의 합동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사무총장은 "모든 게 김성근 감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난의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었다.
이런 선수협회의 행동이 황당하기는 한화 구단도 마찬가지. 한화 구단 관계자는 "왜 가만히 규정을 지키는 우리 구단과 감독님을 비난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해서 비난받는다면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12월 훈련 가능여부를 문의했고, 안된다고 해서 취소한 게 잘못인가. 지금은 선수들이 각자 훈련을 하는 중"이라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선수협회의 비상식적인 비난에 대해 김 감독이나 한화 구단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계획이다. 쓸데없는 일로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 김 감독은 "(야구계 후배들과)이런 문제로 말을 하고 싶지않다"면서 "나는 여지껏 오해에 대해 말로 해명하지 않았다. 그건 내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흔들림없이 묵묵히 자신이 해야할 일만 하겠다는 노장의 신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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