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선택은 양상문 감독(53)이었다. 김기태 전 LG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너무 빨리 이별을 선택했다. 만류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나있었다. 좀체 보기드문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시즌 시작 후 반환점이 한참 남았는데 새로운 장수를 찾아야 했다. 선수들은 구심점이 없어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팀 성적은 최하위. 5할 승률에 16승이 부족할 정도로 밑바닥을 쓸었다. 스포츠조선은 최근 뜻깊은 한 해를 보낸 양상문 감독과 결산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했다.
마야 사건
LG팬들에게 올해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 중 하나는 양상문 감독의 벤치 클리어링 사건일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마야가 LG의 계속된 번트 작전에 화가나 LG 벤치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게 화근이 됐다. 그걸 두눈으로 본 양 감독은 참지 않고 바로 마운드로 걸어나왔다. 양쪽 선수단이 뛰쳐나오면서 잠실 라이벌이 잠시나마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마야가 다음날 양상문 감독을 찾아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마무리됐다.
양상문 감독은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다. 하지만 마야 사건을 통해 좀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두달 전 그 사건이 재현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했다. 양 감독은 "나는 만만한 성격이 절대 아니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야구장에선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상대팀이고 외국인 선수이지만 나는 야구인 선배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하고 나서 후회를 약간 했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나는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양 감독의 성격상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참지 못할 것 같다.
LG팬들이 일등공신
양 감독은 올해 힘들 때마다 LG팬들로부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LG팬들은 '로열티(충성심)'로는 어느 팀팬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을 때도 꾸준히 관중석을 지켜주었다. 양 감독은 올해 LG가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LG팬들이라고 했다. 그는 "팬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염원을 보내준 게 선수들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LG팬들을 위해서 우리 선수들은 행동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대충 플레이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시즌을 보내면서 LG팬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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