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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코치 김재현, 한화에서 인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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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게 참… 재미있네요."

세상의 그 누구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인연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과 만날 수도 있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게될 수도 있다. 이런 의외성이 덕분에 인생이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요즘 한화 이글스 김재현(40) 코치가 깊이 공감하고 있는 삶의 한 원리다.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현역 시절과 색다르고 깊이있는 분석으로 인기를 끓었던 방송 해설위원 생활을 거쳐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초보 타격코치로서 지난해 말 한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김성근(73)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야구인생 제3기'라고 볼 수 있다.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주로 지도하는 김 코치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선수들의 훈련을 스케줄에 맞춰 이끈 뒤 밤에 숙소에 돌아가서는 코칭스태프 미팅을 해야 한다. 초보 코치라 해야할 일이 더 많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될 정도. 현역 때와 마찬가지로 몸매가 날렵하다. 한화의 강도높은 '김성근식 훈련법'은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진에게도 적용되는 듯 하다.

김 코치는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리스 석상처럼 잘생긴 외모와 국내 최고의 배트스피드를 앞세운 빼어난 야구실력, 그리고 치명적인 부상을 이겨낸 감동의 투혼까지. 그는 현역시절 내내 무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대 뒤편으로 걸어나온 지 오래다. 이제는 다른 역할을 해야한다. 그 역할은 묵묵히 뒤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것이다.

김 코치는 이런 현재를 "즐겁다"고 했다. 선수가 아닌 코치의 시각에서 '첫 제자'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적지 않다. 특히나 김 코치는 이런 과정에서 '인생의 흥미로움'을 새삼 느낀다고 한다. "해설위원 시절에 제가 '가장 프로답지 않은 팀'으로 늘 손꼽았던 팀이 한화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팀에 들어와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죠.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이가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김 코치는 자신을 이끌어준 은사의 제안에 두말없이 한화행을 택했다. 스스로 "가장 프로답지 않다"고 평가했던 팀이었지만, 김 감독이 맡는다면 '가장 프로다운 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또 지도자 경력의 첫 출발을 김성근 감독 아래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김 코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역시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을 수없이 겪어봤다. 그리고 그걸 이겨냈을 때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은 분명 선수들을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된다. 김 코치는 "지금의 제가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저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 등에 대한 조언 정도죠. 분명한 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고, 그걸 이겨내야 한다는 겁니다." 한화 선수들이 성장하는 만큼, '초보' 김재현 코치도 변모하고 있다. 고치 캠프가 그렇게 만든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