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이 춤을 춘 2015년 호주아시안컵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또 다시 마지막 고개를 넘지 못했다. 31일(이하 한국시각) 개최국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대2로 석패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시드니의 기적'을 연출하는 듯 했지만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또 손에 잡히지 않았다. 4년 후를 다시 기약해야 했다. 아쉬움이 넘쳤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서툰 한국말로 또박또박 단어를 읽어 내려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현주소였다. 눈물과 함께 입가에 미소도 번졌다.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시대, 한국 축구에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전환점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머물면 불꽃은 곧 사라진다. 4년 전 카타르아시안컵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2011년 카타르의 희망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으로 변질됐다.
슈틸리케호도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더 높은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세상은 또 달라진다. 이제부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아시아의 '우물안 개구리'로는 결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첫째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반전은 화려했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아시안컵이었다. 조별리그의 시행착오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상과 감기 몸살 등 악재가 겹쳐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에선 베스트 11 가운데 무려 7명을 교체했다. 불가항령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우려는 계속됐다. 베스트 11의 실험은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계속됐다.
국제 대회를 치르려면 기본적인 베스트 11에 플랜 B와 C가 추가돼야 한다. 그래야 연착륙을 할 수 있다. 아시아 무대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월드컵에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늪 축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는 체력의 덫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예전 한국 축구의 트레이드마크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출발점은 체력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체력의 한계가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그랬고,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장전에 들어서자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선수들이 속출하며 100%의 실력을 연출하지 못했다.
호흡이 짧은 대표팀에서 체력을 육성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운영의 묘는 발휘할 수 있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쳬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교체카드도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전체적인 컨디션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들도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하다.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개인의 맞춤형 훈련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을 위한 눈높이도 끌어올려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강조했듯이 아시안 무대에 만족해서는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팬들은 유럽의 선진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환상적인 기술이 바탕이 돼 있다. 반면 K리그를 향한 관심은 초라하다. K리그에 대한 홍보가 부족할 수 있지만 지금보다는 경기가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 K리그에서 먼저 그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방향이다'라는 것이다. 다만 기술은 발전을 이뤄야 한다. 정신력과 규율이 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6월 시작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도전의 막이 오른다. 새로운 시험대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