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고교진학을 앞둔 야구 학부모들 사이에서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수술(접합수술)인 토미존 수술(Tommy john surgery)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야구선수, 특히 투수에게 흔한 팔꿈치 부상수술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수술법이 '비법' 대접을 받은 이유는 뭘까. 볼스피드 증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임창용은 30대 중반에 시속 160㎞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린 적이 있고, 오승환도 대학 시절에는 시속 140㎞였던 볼스피드가 프로 들어와 시속 150㎞를 쉽게 넘겼다. 이들의 공통점은? 둘다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미 존 수술과 볼스피드는 연관성이 없다. 수술보다는 수술 이후 1년 안팎의 긴 재활기간 동안 강도높은 훈련을 참아내며 근력을 강화시킨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최근 흥미로운 책을 내놨다. '부상예방과 체력관리를 위한 야구선수 가이드북.' KBO육성위원회 순회코치이자 선수촌병원 재활원장인 한경진 박사(스포츠의학 전공), 임승길 동신대 운동처방학과 교수, 김상범 정형외과 전문의(의학박사), 김홍겸 정형외과 전문의(한신 오승환 주치의), 차명주 전 롯데 선수(젬 트레이닝 대표), 김수현 전 LG트윈스 재활트레이너 등 6명이 저자다.
주로 야구를 시작하는 유소년 선수들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재활, 부상예방 등이 저술 목적인데 야구선수의 체력관리, 스포츠과학, 야구선수의 부상사례, 필수운동법 등 담긴 내용 중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특히 토미 존 수술 등의 대목은 흥미롭다. 국내선수들 사이에서도 수술 효과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토미 존 수술은 1974년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둔 토미 존이 팔꿈치 인대를 다쳐 LA다저스 팀닥터였던 프랭크 조브박사로부터 팔의 힘줄(장장근건)을 떼어내 손상된 팔꿈치 안쪽의 내측측부인대 대신 새로운 인대를 만들어준 수술이었다. 이후 토미존은 1년6개월의 재활끝에 1976년 마운드에 복귀해 20승을 3번이나 하고, 13년간 은퇴할때까지 164승을 더 거둬 통산 288승을 올렸다. 토미 존 수술은 중학교 3학년 후반이나 고등학교 진학전에 많이 이뤄지고 있다. 또 프로팀 진로가 결정된 뒤 또는 대학교 1학년 시기에도 잦다. 팔꿈치 부상을 숨기고 입학이나 입단한 뒤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수술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럽지만(성공률 90% 내외) 재활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저자들은 오승환과 임창용 같은 성공사례도 많지만 권오준은 세차례 토미 존 수술을 했고, 배영수는 2007년 수술이후 구속이 1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상반된 결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조용준 역시 2005년 수술 이후 1군 마운드에 한 차례도 서지 못했다. 수술없이 재활운동으로만 스피드가 빨라지는 경우도 있기에 인대를 갈아끼웠다고해서 공이 빨라진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1초에 어깨를 20번 돌리는 속도로 움직이는 야구선수의 투구동작 해부도 눈길을 끈다. 와인드업과 초기 코킹, 후기 코킹, 가속단계, 감속 단계, 팔로우 스로로 이어지는 6단계는 또 다시 시작과 손 나뉨, 앞발 접촉, 최대 외회전, 볼 떠남, 마침으로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이밖에 최근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주사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멀리해야할 약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금지약물의 종류엔 박태환이 주사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제재를 포함한 적혈구 생성 자극제 등 다양한 약물을 명시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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