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팬들의 집단 행동에 프로야구단이 흔들리는 일. 말도 안되는 일이다. 묻고 싶다. 롯데가 야구판을 떠난다면 정말 행복해질까. 모든 것이 그들이 원하는대로 이뤄질까.
롯데 자이언츠는 3일 황당한 일에 휘말렸다. 부산 지역 일부 인사들이 롯데 자이언츠의 시민구단 전환을 위한 집단 행동을 시작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시민구단 전환을 위한 설립 추진 기획단이 구성됐고, 이 기획단에는 일반 팬 뿐 아니라 대학 교수, 공인회계사, 청년단체 관계자 등 유력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0만명의 부산 지역 조합원들이 30만원씩을 내고, 900억원을 모아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한 공청회도 6일 열겠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은 롯데가 야구단 운영을 잘못하고 있으니,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직접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당한 소리다. 팬 사랑이 잘못된 방법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900억원을 모은다고 가정하자. 무슨 근거로 이 액수를 책정했을까. 한 해 운영비가 400억원 안팎인 구단의 가치가 겨우 한 해 운영비의 두 배 남짓 밖에 되지 않는걸까. 무엇보다 사고자 하지만 팔고자 하는 이가 없다. 자이언츠 야구단은 현재 롯데의 것이다. 롯데가 안 팔면 그만이다. 롯데가 팔 이유는 없다. 진짜 롯데에 맞서고 싶다면, 자신들이 부산 연고로 새로운 야구단을 창단하는게 맞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요구하는 충족 요건을 갖춰서 말이다. 그래서 이 팀이 롯데 팬을 모두 흡수하면 된다. 그러면 원하는 바가 정의롭게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두번째도 돈 문제다. 900억원이 모였고, 어떻게 해서 구단을 샀다고 쳐도 향후 구단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매년 수백억원이 들고 FA와 외국인선수 영입까지 합하면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이 돈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계속 충당될 수 있을까. 30만명 조합원의 참여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30만원은 서민들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 얘기하기도 민망하지만, 이게 성사된다 하더라도 과연 몇 년이나 정상적인 팀 운영이 되겠는가.
진짜 이 방법으로 롯데를 몰아낼 생각이었다면 시작단계부터 설계를 다시해야 한다. 이 같은 강경 반응으로 롯데를 각성시키려 하는 것이라면 방법이 잘못됐다. 아무리 롯데가 구단 운영을 잘못한다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신사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어필해야 한다.
만약, 일부 팬들의 바람대로 진짜 롯데가 야구단에서 손을 뗀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새 기업의 인수건.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다. 분명, 욕심을 내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 야구단 운영을 하겠다며 쌍수를 들고 나설 대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큰 기업들이 구단 운영을 하고 있고, 또 최근 경기도 좋지 않다. 이미 기업들은 프로야구단을 가치 창출의 수단이 아닌 홍보 수단, 그리고 사회 공헌 수단으로 인식한다. 한 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당장 롯데 그룹 이상으로 야구단에 큰 돈을 지원할 기업이 나타날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스포츠단 투자에 인색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확률은 더 낮다. 돈이 없어, 선수 지원도 못하고 영입도 어렵다. 그래서 성적은 더 형편 없어진다. 이런 상황이 와도 '롯데가 아니라 계속 응원하고 좋아해줄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아니면 '그래도 롯데가 좋았지'라고 뒤늦게 아쉬워할 것인가.
시민구단 문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시기상조다. 시민구단도 맹목적으로 투자만 할 것인가.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며 구단 운영 노하우와 인프라 등은 어떻게 배우고 구축할 것인가. 프로축구 시민구단들이 줄줄이 쓰러져가는 모습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잘못하면 부산에 야구단이 사라질 수도 있다.
롯데의 잘못은 명백하다. 그동안의 지도자 영입, 선수 연봉 협상 과정 등 팀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접어두자. 이는 구단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지난해 야기된 CCTV 논란과 프런트의 현장 간섭 등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기자도 이 부분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 시민구단 사건을 겪으면서도 롯데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롯데 자이언츠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잘하라는 질책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롯데 프런트는 그 어느 때보다 여론을 무서워하고 있다. 그만큼 팬들은 두려운 존재다. 롯데 선수들도 절치부심, 와신상담중이다
일부 팬들의 다소 과격한 의사표현이 전체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질까 걱정스럽다. 결과적으로 부산야구에 득이 되지 않는다. 롯데 선수들은 일부 팬들의 의견이 전체 팬들의 의견인 것처럼 곡해해 받아들일 수 있다. 태평양을 건너가 있어도 뉴스는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