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얕보다간 큰코 다칠거야."
김학범 성남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시민구단 성남이 2015년 걸어야 할 길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강등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벌어진 시비와 일련의 과정들로 비난의 화살도 맞았다. FA컵 정상에 오르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던 성남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김태환과 제파로프가 울산, 박진포 이창훈이 군입대(상주), 바우지비아의 임대 복귀 등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히카르도와 조르징요, 루카스 등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3명을 채운데 이어 남준재 박태민 김태윤 한상현을 데려왔다. 세레소 오사카(일본)에 임대 갔던 김성준이 돌아온데 이어 김두현 영입으로 화룡점정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남을 바라보는 눈길은 반신반의다. 우승 각축장인 스플릿 그룹A행은 물론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나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적재적소에 보강을 했다. 이적 선수의 빈 자리를 걱정하지만, 더 알차게 자리를 채웠다. 다른 팀과 비교해 전력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6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의 스이젠지 경기장에서 진행된 성남 팀 훈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실수 장면에서 가끔 김 감독의 지적이 이어졌으나, 선수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두현은 "팀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을 것으로 보고 왔는데, 오히려 괜찮다"며 "바깥의 시선이 오히려 우리에겐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팀이라고 해서 물러설 필요 없다. 약팀이라고 방심하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조직적으로 훨씬 단단해졌다. 올해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시즌 초반 구상도 이미 마쳤다. 성남은 24일 부리람(태국)과 ACL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3일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2차전, 7일엔 전북과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 나선다. 김 감독은 14일 구마모토 훈련을 마치고 이튿날 곧바로 부리람으로 향한다. 김 감독은 "어차피 훈련을 해야 한다면 일찌감치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드는 게 더 이득"이라고 밝혔다. 감바 오사카, 전북과의 맞대결을 두고는 "약점이 있는 팀들이다. 우리 장점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코를 납작하게 해줄 것"이라고 웃었다.
축구공은 둥글다. 성남의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구마모토(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