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선수들이 팀 전지훈련지인 일본 구마모토에서 현지 여고생을 구해 잔잔한 감동을 모으고 있다.
골키퍼 박준혁과 정산, 수비수 윤영선, 미드필더 남준재 김성준 등 5명은 7일 구마모토 시내로 외출에 나섰다. 김학범 감독이 이날 아침 훈련 뒤 자유시간을 허락해 구마모토 전지훈련 중 처음으로 갖는 바깥 나들이였다. 라멘, 햄버거 가게 등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구마모토 시내 거리를 걷다 횡단보도 앞에 이르렀다. 그런데 앞에 서 있던 여고생이 갑자기 쓰러진 뒤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주변 일본인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성남 선수들은 지체 없이 달려갔다. 마침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활약했던 김성준이 일본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김성준은 현지인들에게 응급차를 불러줄 것을 부탁했고, 박준혁 정산 윤영선 남준재는 응급조치 후 자신들이 입고 있던 패딩코트를 덮어주고 응급차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들은 응급차가 도착해 여고생이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 자리를 지킨 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김 감독은 불호령을 내릴 참이었다. 이들이 팀 저녁 회식장소에 약속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외출부터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게 못마땅할 만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를 통해 연락을 취하고 자초지종을 들은 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이 돌아온 뒤엔 "너희들이 진짜로 그렇게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고 농을 치며 뿌듯함을 대신했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원래 지각 벌금을 매길 생각이었는데, 장한 일을 했으니 그동안 쌓인 벌금도 면제를 해줄까 싶다"고 웃었다.
5인방에게 구마모토는 생존경쟁의 장이다. 박준혁은 최근 연습경기 도중 수비수 이요한과 충돌, 오른쪽 눈두덩이 부근이 찢어져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정 산은 베테랑 전상욱과의 주전경쟁이 한창이다. 김성준 윤영선 남준재도 새 시즌 주전 도약을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치열한 몸 만들기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이들의 선행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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