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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제조기' 황선홍 감독, '욕심쟁이'가 된 손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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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7)은 '스타 제조기'다. 젊은 선수들을 발굴, 스타로 만드는 힘이 탁월하다. 벌써 포항에서만 3년 연속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를 배출시켰다. 2012년 이명주(25·알 아인)→2013년 고무열(25)→2014년 김승대(24)가 주인공이었다. 황 감독은 올 시즌 스타로 키울 또 다른 선수를 찜했다. 바로 프로 2년차 손준호(23)다. 황 감독은 "준호가 잘해줘야 한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실마리를 풀어줘야 한다. 외국인 가세 등 선수들이 많이 바뀌어서 연결고리 역할도 해줘야 한다"고 했다. 황지수 김태수(이상 34) 등 베테랑들이 건재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중심은 손준호가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황새'가 주목한 손준호가 그라운드에 봄을 알리는 첫 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손준호는 8일 수원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후반 27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폭발시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전을 앞두고 손준호는 기대감이 남달랐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경고누적과 인천아시안게임 차출로 수원과 한 차례도 맞붙어보지 못했다. 강한 자신감도 넘쳐 흘렀다. 동계훈련 기간 얻은 자신감을 시즌 개막전까지 유지했다. 결승골은 자신감의 발로였다.

사실 프로 1년차 손준호는 이명주와 김승대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손준호는 "명주와 승대 형 같은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지난해에는 욕심이 없었다. 뒤에서 수비만 하면 앞에서 형들이 공격을 알아서 해줬다. 열심히 뛰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을 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2년차 때 어떻게 해나가야 할 방향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2015년, '욕심쟁이'가 되기로 했다. 이제 손준호의 호쾌한 슈팅 장면을 많이 지켜볼 수 있을 듯하다. 손준호는 "황 감독님께서 '공격 지역에선 슈팅을 아끼지 마라. 공격과 수비 때 체력을 안배해가면서 심플한 플레이를 해라. 빌드업도 신경쓰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황 감독의 주문을 적극 이행할 이유가 생겼다. 팀의 4년 연속 영플레이어상 수상의 맥을 잇겠단다. 그는 "공 한 개를 찰 때마다 포인트라고 생각할 것이다. 공격 지역에선 욕심도 부릴 것이다. 골 뿐만 아니라 도움도 생각해야 한다. 영플레이어상 수상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손준호는 공격수 출신이다. 인천 남동초 시절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그러나 키가 크지 않아 포철중 시절부터 미드필더로 전향했다. 그래도 공격수 때부터 갈고 닦았던 킥과 패스에는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손준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스스로 축구에 눈을 조금 뜬 것 같다고 얘기했다. 손준호는 "1년차 때보다 더 큰 것이 보인다. 슈팅 기회에서 패스를 하던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지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첫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시야도 넓어지고, 볼관리에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손준호가 가장 무서운 것은 축구를 대하는 자세다. 그는 "내가 짊어진 짐이 많긴 하지만, 부담은 없다. 축구를 즐기려고 한다"며 웃었다. 대범해진 손준호가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과하지 않을 2015년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