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끝에 나온 작품입니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올 시즌 독특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DSD magic 11'. 이 구호를 얼핏 보면 'magic 11'이란 단어는 쉽게 유추가 가능하지만 'DSD'는 생소하다.
보통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프로 스포츠판의 한해 캐치프레이즈 또는 슬로건은 '우승', '팬서비스'등의 염원을 담는다.
이 때문에 캐치프레이즈가 내포하는 의미가 거시적이거나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올해 프로축구에서도 'Play, together!'(인천), 'K리그의 중심으로'(전남), 'Home of Football'(수원)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부산 구단은 'DSD magic 11'에 구체적인 의미와 수치를 담았다. 이니셜 첫 글자 'D'는 거리(Distance)를 의미하고 가운데 'S'는 슈팅(Shooting)을, 마지막 D는 골득실(Goal Differentiation)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여기에 숫자 '11'은 팀의 목표수치다. 매경기 평균 11Km 이상의 거리를 뛰면서 11번 이상 슈팅기회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골득실 +11점 이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11은 축구 '베스트 11'의 상징 숫자이기도 하지만 이를 의식한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뽑아 보니 공교롭게도 11이란 숫자가 나왔다"는 게 구단측 설명이다.
부산이 스포츠계에서 보기 드문 '디테일'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게 된 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공모전을 통해서도, 구단 내부적으로 대충 염원을 담아 만든 게 아니었다.
최근 유행하는 '빅데이터' 기법을 살짝 응용하는 등 나름대로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아이디어 구상을 선도한 이는 변명기 신임 대표였다.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성공한 전문 스포츠 경영인으로 인정받아 부산 구단을 맡게 된 변 대표는 막연하게 '잘 하자', '우승하자' 등의 판에 박힌 구호보다 '어떻게 하면' 팀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지에 방점을 뒀다.
변 대표는 현장 사정에 밝은 윤성효 감독과 머리를 맞댔다. 구단 직원들은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다. K리그, 2014년 브라질월드컵,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상위팀의 기록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분석 끝에 축구 종목 특성상 수준높은 팀이 되려면 필요한 기록 항목이 'DSD'라는 1차 결론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K리그 '빅4' 상위팀 기록을 살펴보니 4위 포항이 +11이었다. 나머지 상위 3개팀은 골득실 +11을 훌쩍 뛰어넘었다.
슈팅수도 마찬가지였다. 1위 전북은 경기당 평균 12.9회, 2위 수원 12.2회, 3위 서울 11.2회, 4위 포항 8.1회 등으로 집계됐다. 경기당 평균 11회 이상 슈팅을 시도해야 강팀이 되는 것이다.
슈팅을 난사하는 것도 문제지만 부산의 전력 형편에서는 과감한 슈팅을 가능한 시도해서 유효슈팅→골로 이어지는 확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거리(D)는 브라질월드컵 4강팀의 데이터를 참고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선수별 데이터 랭킹에서 경기당 평균 주행거리 '톱10'에 든 선수 모두가 독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소속이었다.
'톱10'의 커트라인이 평균 11㎞이었다. 우승팀 독일이 토마스 뮐러(평균 12㎞)를 비롯해 총 4명을 '톱10'안에 뒀고,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가 각각 3명이었다.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평균 11㎞를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팀내에서 11㎞ 이상 뛰어주는 선수가 2∼3명은 돼야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여기서도 '11'이란 숫자를 도출했다.
결국 'DSD 11'에 근접하면 '마술(magic)'같은 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부산의 객관적인 전력상 이런 목표치를 당장 이루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만큼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뛰어보자는 결의 표시다.
윤성효 감독은 "사실 우승팀 전력이 아니고는 'DSD 11'을 모두 달성하는 게 힘들다는 것 잘 안다. 그래도 열심히 한번 도전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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