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뒤돌아볼 곳도 없다. 5차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승리를 위해서 고양 오리온스는 마지막 남은 숙제를 꼭 풀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길렌워터와 라이온스 활용 방안이다.
오리온스는 14일 창원 LG 세이커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하며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몰고갔다. 16일 원정 창원 경기에서 이기면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정규리그 1위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 맞붙을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LG는 현재 주포 제퍼슨과 문태종의 컨디션이 별로다. 반면, 오리온스는 길렌워터가 플레이오프 들어 확 달라진 모습으로 팀을 기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오리온스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외국인 선수들을 달래는 문제다. 사연이 있다.
길렌워터는 2쿼터부터 미친 듯한 활약을 선보였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외국인 선수의 개인 사정과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은 통역. 오리온스 최은동 통역이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사실 길렌워터는 1차전 경기를 치르며 많이 삐쳤다고 한다. 17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팀이 대패했으니 아무 소용 없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오리온스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 배분이었다. 리오 라이온스가 트레이드로 합류하며 2명의 제 1옵션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 있는 꼴이 됐다. 외국인 선수들은 출전시간과 개인 기록에 민감하다. 국내 팀과의 재계약, 재입단 뿐 아니라 다른 리그로 진출할 때도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주요 자료가 된다. 타리그에서 "당신은 왜 KBL 리그에서 출전 시간이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 제 2옵션 선수였나"라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라이온스 영입 이후 길렌워터의 출전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 때는 오리온스 코칭스태프가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네가 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체력을 아끼자"라고 달랬다. 길렌워터도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LG와의 1차전에서 자신이 아닌 라이온스가 선발출전하는 것에 많이 속상해했다는 후문이다.
대패 후 오리온스는 비상이 걸렸다. 결국, 누가 막아도 제 역할을 하는 제퍼슨과 높이가 좋은 김종규를 막으려면 길렌워터가 필요했다. 코칭스태프가 길렌워터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다. 네가 우리 팀 중심이 돼줘야 한다. 너를 믿고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겠다"라고 설명했다. 그 때부터 길렌워터의 눈빛이 달라지더란다. 책임감, 그리고 동기부여의 문제였다. 감투를 씌워줬더니 신나서 코트를 누볐다.
그러자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라이온스였다. 3쿼터 출전시간이 줄어들자 경기 도중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출전시간에 대한 불만이 확실했다. 라이온스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들어와 자존심이 있는데, 보조 외국인 선수라는 마음을 먹으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
4쿼터를 잘 보자. 이겼지만 경기 운용에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길렌워터가 파괴력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데 갑자기 라이온스가 출전할 때다. 길렌워터의 체력 안배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분위기를 탔을 때 상대 기를 확 꺾어야 하는게 단기전 승부다. 그 때마다 라이온스가 등장했다. 다행히 4쿼터 결정적인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괜찮은 활약을 보여줘 이겼지만, 사실 길렌워터에 비해 플레이가 불안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억지로라도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는 느낌이 강했다.
이제 마지막 5차전이다. 마지막인데 외국인 선수 달래기가 필요하는냐, 길렌워터 중심의 플레이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승리해 4강에 올라가도 두 선수가 함께 활약해줘야 한다. 길렌워터 혼자 모든 시리즈를 책임지기는 힘들다. 라이온스도 적지적소에 투입돼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추일승 감독의 머리가 아플 듯 하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