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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 승부차기 '자원자' 출전…슈미트 실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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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의 로저 슈미트 감독의 승부수는 대실패로 끝났다.

레버쿠젠은 18일(한국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4-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에 0-1로 밀려 1·2차전 합계 1-1을 기록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승부차기 끝에 레버쿠젠은 탈락했다.

이날 레버쿠젠은 첫번째-세번째-마지막 키커로 나선 하칸 찰하노글루와 외메르 토프락, 슈테판 키슬링이 각각 실축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그런데 슈미트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승부차기에 나선 5명의 선수는 자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팀들은 코너킥과 프리킥, 페널티킥을 전담하는 선수가 따로 있다. 특히 페널티킥의 경우 해당 선수가 없을 경우 대신할 선수들도 순서대로 정해져 있다. 심한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승부차기에 나설 선수도 미리 상세하게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 승부차기 직전 당일 컨디션과 선수의 경험 등을 고려해 감독이 직접 결정하곤 한다. 하물며 이날 승부차기는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레버쿠젠이 지난 2001-02시즌 이후 챔스 8강을 단 한번도 밟지 못했다는 부담감도 선수들을 내리눌렀다.

하지만 이날 슈미트 감독은 자기 자신보다 선수들을 믿고 스스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자원한 선수는 하칸 찰하노글루와 시몬 롤페스, 외메르 토프락, 곤살로 카스트로, 슈테판 키슬링의 5명이었다. 슈미트 감독은 "가장 신뢰가 가는 선수를 첫번째로, 그 다음으로 신뢰하는 선수를 마지막에 배치했다"라며 순서에만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자원도, 슈미트 감독의 배치도 모두 대실패로 끝났다. 슈미트 감독이 믿었던 찰하노글루는 GK 정면으로 가는 힘없는 슈팅에 그쳤고, 토프락과 키슬링은 뻣뻣하게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결국 허무하게 실축하고 말았다. 결국 레버쿠젠은 승부차기에서 2-3으로 졌다.

슈미트 감독은 온화한 매력이 돋보이는 푸근한 감독으로 평가된다. 만일 이번 선택이 성공했다면 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한 슈미트 감독의 아름다운 승부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슈미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미뤄 일을 그르친 셈이 됐다. 레버쿠젠은 13년만의 챔스 8강 진출 문턱에서 무너져내렸다.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