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든든한 3선발 배영수가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세트포지션으로만 공을 던진다.
18일 대전구장.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가 비로 취소된 뒤 만난 배영수는 "원래 오늘 선발등판이었는데, 내일 모레로 미뤄졌다. 난 로테이션 밀려보는데 익숙해서 괜찮다. 내일 탈보트는 날짜를 지켜줘야 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배영수는 이날 선발등판할 예정이었으나,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나서게 됐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배영수는 이날 와인드업 동작 없이 무조건 세트포지션으로만 투구한다.
대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와인드업 동작으로 투구한다. 하지만 주자가 나가 도루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세트포지션으로 동작을 최소화시킨다. 다분히 주자를 신경 쓴 동작.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동작을 행하는 와인드업에 비해 스피드나 컨트롤에 있어 부족함이 생길 수 있다.
배영수도 세트포지션에서 문제를 느꼈다. 최근 불펜피칭을 하는데 김성근 감독이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양발의 폭이 너무 넓어 이를 줄이라고 조언한 것이다. 김 감독은 "세트포지션에서 스탠스가 너무 넓었다. 그걸 좁히니 앞에서 공의 각도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배영수도 바뀐 투구폼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20일 경기에선 모든 투구를 세트포지션 동작에서 하기로 했다. 배영수는 "야구는 와인드업보다 세트포지션에서 결정난다. 근데 세트포지션에서 컨트롤 미스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안 써도 되는 힘을 쓰거나, 팔이 뒤에서 빠지고, 변화구가 흘러 나가기도 했다. 내가 대량 실점을 주는 부분이 아마 세트포지션에서 흔들리는 부분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배영수는 지난해 피안타율이 3할1푼4리였다. 주자가 없을 때는 2할9푼7리로 낮아졌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3할3푼6리까지 치솟았다. 와인드업 동작과 세트포지션 동작에서 차이가 컸다. 결국 미세하지만, 김 감독의 조언으로 투구폼을 교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배영수는 통산 124승으로 현역 최다승 투수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데뷔 16년차 시즌에 처음 팀을 옮겼고, 푸른색이 아닌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이지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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