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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악재, 심상치 않은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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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챔프전이다.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화제로 가득했다. 악재보다는 호재가 많았다.

전자랜드의 돌풍이 이어졌다. 6위로 플레이오프 마지막 티켓을 거머쥔 전자랜드는 주장 리카르도 포웰을 중심으로 전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높이가 좋지 않았지만,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압박수비를 전개했다. 그만큼 많이 뛰었다. 공격에서도 희생정신이 넘쳐났다. 화려한 패스워크로 상대의 높이를 무력화시켰다. 정제된 슛 셀렉션으로 매 경기 40%가 넘는 3점포 성공률을 자랑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그리고 가장 센세이셔널했던 '언더독'이었다.

6강전에서 SK를 3전 전승으로 셧아웃시켰다.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는 듯한 행보였다. SK는 주력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의 부상 악재가 있었지만, 전자랜드의 경기력은 그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4강 동부전도 마찬가지였다. SK보다 더 높고 조직적인 동부의 절대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1, 4차전을 잡으면서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갔다.

반대편에서는 LG의 선전이 돋보였다. 오리온스와 5차전 혈투 끝에 4강에 오른 LG는 '애국가 스트레칭'을 일으킨 데이본 제퍼슨을 퇴출했다. 절대적 에이스였던 그를 퇴출한 LG는 그때부터 '원 팀'이 됐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시래는 연일 맹활약을 펼쳤고, 김영환 김종규 문태종 양우섭 등의 선전이 이어졌다. 결국 정규리그 1위 모비스와 5차전 혈투를 벌이면서, LG 농구에 대한 재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플레이오프는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악재가 자라고 있었다. 매 경기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인위적으로 5차전까지 끌고 가려한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결국 동부와 전자랜드의 5차전에서 포웰과 김주성의 더블 파울,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 논란 등이 승부처에서 나왔다. 경기가 끝난 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눈시울을 붉히며 "심판 위원장에게 경기가 끝난 뒤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챔프 1차전은 모비스가 무난히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하프타임과 4쿼터 막판 기습적인 울산 팬들의 플래카드 시위가 펼쳐졌다. 31일 열리는 2차전 경기 시각이 공중파 중계때문에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변경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평일 오후 5시에 너무나 중요한 챔프전이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경기장을 찾는 농구팬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대부분의 지적이다.

챔프전의 열기는 악재 속에서 약간은 시든 것 같은 느낌이다. 1차전, 체력적 약점이 두드러진 동부를 모비스가 여유있게 물리치면서, 역대 최악의 챔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지적도 있다. 챔프 2차전이 평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영향도 크다. 너무나 박진감이 넘쳤던 6강, 4강 시리즈에서 프로농구 인기는 어느 정도 부활의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KBL의 무능한 행정, 심판진의 신뢰를 잃은 판정으로 순식간에 호재는 악재로 변했다.

사실 챔프전에서도 모비스의 3연패 여부, KBL의 역사를 계속 쓰고 있는 양동근(모비스)과 김주성(동부)의 첫 챔프전 맞대결 등 어느 정도 화제가 있다. 하지만 거듭되는 악재 속에서 챔프전의 분위기는 정말 심상치 않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