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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취소 손익계산서, KIA-한화 모두 이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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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서로에게 '고마운 비'였다.

지난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아침부터 내린 비가 조금씩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 했다. 오후 4시를 즈음해서는 구름이 개이고 해까지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예보상으로는 밤까지 내내 비가 내리는 것으로 나와 있던 상황. 잠시 하늘을 주시하던 조종규 경기감독위원은 다시 구름이 끼고 빗방울이 떨어지자 지체없이 우천 취소 선언을 했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전이었다.

이렇게 빠른 결정에 대해 현장에서는 잠시 의견이 엇갈렸다. 일기 예보가 100% 맞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워낙 밤 늦게까지 높은 확률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던 데다가 아침부터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라운드 컨디션도 극히 안좋아 빠른 취소 결정이 바람직했다는 의견. 반면, 경기 시작이 2시간 30분이나 남았는데 취소를 결정해버리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 의견이 교차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우천 취소 판정이 옳았다. 비는 시간대에 따라 잦아들었을지언정 그치지는 않았다. 밤 늦게까지 계속 내렸다.

이렇듯 주중 첫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홈팀 KIA 타이거즈와 원정팀 한화 이글스의 표정도 엇갈렸다. 양팀 감독들은 우천 취소의 변수가 과연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주하게 계산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가 우천 취소로 인해 조금 더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변수를 따져보면 결국 KIA와 한화 모두에 이득으로 평가된다. 양팀의 손익계산서을 따져보자.

▶KIA 타이거즈 : 플러스=연장 끝내기패 상실감 치료, 마무리 윤석민 회복 // 마이너스=없음

우선 KIA의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은 역시 '연장 끝내기 패배'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데 있다. KIA는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졌다. 7회까지 3-2로 앞서다가 8회말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 12회말 통한의 끝내기 희생타를 맞은 것이다. 이 희생타도 사실은 KIA 포수 이홍구의 어설픈 수비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송구만 정확히 잡았어도 무승부로 끝날 경기였다. 게다가 끝내기 희생타를 허용한 투수는 바로 KIA의 상징과 같은 마무리 윤석민이었다. 여러모로 이 패배는 KIA에 큰 데미지를 남겼다.

그 패배 후 밤늦게 광주로 내려온 KIA 선수단은 27일 하루를 쉬고 28일 경기에 들어갈 참이었다. 데미지를 모두 털어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필 또 상대는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 이글스다. 여러모로 부담이 큰 경기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3⅓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던진 윤석민의 피로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천 취소로 하루의 휴식을 더 벌면서 이런 고민이 사라지게 됐다.

▶한화 이글스 : 플러스=조인성-송광민 1군 적응 시간 확보, 불펜진 재충전 // 마이너스=3연승 흐름 변화

한화 역시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이 많다. 우선 가장 긍정적인 변수는 바로 재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한 조인성과 송광민이 보다 원활하게 1군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점. 원래 이들은 28일 경기부터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전날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시간은 적었다. 아무래도 원정경기이다보니 훈련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의 여유가 생겼다. 여전히 충분히 훈련할 만한 시설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하루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 때문인지 '복귀파'들의 표정은 밝았다. 조인성은 28일 경기가 취소된 후에도 포수 장비를 차고 배터리 코치와 함께 실내 연습장에서 바운드볼 블로킹 연습에 매진했다. 우천 취소로 번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쓰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한화가 얻은 플러스 요인은 바로 불펜진의 재충전이다. 한화는 최근 한 달간을 '비상 체제'로 꾸려왔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처럼 전력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한화는 28일 기준 12승10패, 승률 5할4푼5리로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서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펜진의 에너지는 많이 소모된 것도 사실이다. 28일 경기의 취소는 한화 불펜진에 달콤한 휴식을 안겨줬다. 하루 휴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마이너스 요인도 분명 있다. SK와의 주말 3연전을 스윕하며 얻은 자신감과 승리의 에너지는 우천 취소로 인해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 기세라는 건 원래 잠깐의 틈만 보여도 달아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승의 상승 흐름이 잠시 날아갔다고 해도 실제 전력면에서 얻은 플러스 요인은 그걸 상쇄하고도 남는다. 결과적으로 한화에도 28일 우천 순연은 손해라고 볼 수 없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