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대전의 2015년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90분은 모두 흘렀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이가 있었다. '포항의 메시' 이광혁(20)이었다. 김승대의 침투 패스를 받아 쇄도한 뒤 넘어지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슈팅 각도가 한 곳 뿐이었다. 골포스트와 골키퍼의 사이였다. 그 사이를 뚫었다. 3분의 추가시간과 동시에 터진 버저비터였다.
올 시즌 이광혁은 황선홍 포항 감독의 '슈퍼 조커'로 활약 중이다. 선발 출전(3경기)보다 조커(4경기)로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이번 시즌 기록한 두 골도 모두 조커로 나선 경기에서 터뜨렸다.
포항 유스 출신인 이광혁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28·바르셀로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 같은 왼발잡이라서 '포항의 메시'라 불리진 않는다. 1m69의 단신이지만, 프로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폭발적인 드리블 능력을 갖췄다. 상대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아 돌파하는 모습도 메시와 비슷하다. 또 빠른 순간 스피드로 허를 찌르는 슈팅도 메시를 닮았다. 작지만 영리하게 볼을 찬다.
시련을 통해 성장했다. 또래보다 월등한 재능으로 고교 무대를 주름잡았지만, 프로는 또 다른 세계였다. 포철고 졸업 후 곧바로 경험한 프로 세계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에도 험난함이 예상됐다. 기존 공격 자원에 세 명의 외국인 공격수가 가세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황 감독의 숨은 병기가 되기 위해 동계 전지훈련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황 감독도 뛰어난 스피드와 축구 지능을 가진 이광혁 카드를 시즌 초반부터 조커로 중용했다.
그러다 원톱 전술이 한계점에 다다르자, 이광혁을 선발 자원으로 돌렸다. '플랜 B' 제로톱을 가동할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또 다시 조커로 활용됐다. 들쭉날쭉한 출전은 컨디션 난조를 불러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광혁의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포항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후반 중반 제로톱의 효율이 떨어질 때 즈음 투입돼 마무리를 지어줄 수 있는 '비밀병기'가 됐다. '이광혁 효과'에 황 감독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