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슈퍼 매치'가 성사됐다.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제기 됐던 K-POP을 대표하는 두 그룹인 빅뱅(BIGBANG)과 엑소(EXO)의 맞대결이 마침내 성사된 것.
이미 지난 4월 두 팀의 '슈퍼매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컴백 시기가 엇갈리며 불발로 그친 바 있다. 그렇게 끝나는 것으로 여겨졌던 빅뱅과 엑소의 맞대결은 한 달여 만에 성사됐고, 그 결과에 두 그룹의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동안 가요계에서 빅스타들은 서로 활동 시기가 겹치지 않게 새 음반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힘들게 신곡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것에 대한 서로의 예의인 동시에 쓸모없는 소모전으로 서로 피해를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상대를 피해 신곡을 발표하기만 하면 너무나 평범한 흐름 일 수 밖에 없다.
강자와 강자가 만나 최강자를 가리는 이벤트성 맞대결 이야말로 K-POP을 더욱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엑소와 빅뱅의 첫 '슈퍼매치'는 무척 반길 일이다.
▶결국 성사된 '슈퍼 매치'
사실 지난 4월에는 빅뱅의 신곡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슈퍼매치'가 무산됐다.
앞서 빅뱅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한 인터뷰를 통해 빅뱅의 컴백 시기를 4월이라 밝혔는데, 이게 신곡 출시가 아닌 컴백 콘서트 였던 것. 빅뱅은 4월 말에 열린 컴백 콘서트에서 신곡을 선공개했고, 5월 1일에 '루저'와 '배배'를 음원사이트를 통해 오픈했다.
반면 엑소는 정규 2집 '엑소더스'를 예정대로 3월 말에 발표했고, 두 팀간 '슈퍼매치'는 그저 팬들의 바람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모두가 기대를 버리고 있을 때 '슈퍼매치'의 성사가 전격 발표됐다. 이미 빅뱅은 오는 9월까지 매달 1일 신곡을 발표한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한 상태였는데, 엑소가 정규 2집 리패키지의 발표 시기를 빅뱅과 하루 사이를 두고 공개하기로 한 것.
빅뱅은 2일 0시에 6월 신곡 'BANG BANG BANG'과 'WE LIKE 2 PARTY'를 공개했고, 엑소는 3일 0시에 기존 정규 2집 수록곡 10곡에 펑키한 리듬과 악기섹션이 돋보이는 밝은 느낌의 타이틀곡 'LOVE ME RIGHT'을 포함한 신곡 4곡까지 총 14곡이 담겨있는 리패키지 앨범 'LOVE ME RIGHT'을 오픈한다.
'슈퍼매치'라면 두 팀이 동시에 신곡을 발표하는 것이 최고의 그림이겠지만, 불과 24시간 차이로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우열을 가리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엑소는 왜 부담스러울 수 있는 빅뱅과의 전면전을 결정한 것일까. 이는 엑소가 이번 '슈퍼매치'에 대해 일정 부분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리패키지 앨범 출시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가 빅뱅이라고 해서 굳이 피해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자신있게 신곡 공개일을 6월 3일 0시로 못 박았다는 분석이다.
▶조건은 동일. 그래서 더 흥미진진 대결
엑소와 빅뱅의 '슈퍼매치'는 국내 최고의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의 정면 충돌이란 점에서 그 결과가 더욱 주목받는다. 여기에 가요계를 양분하고 있는 팬덤이 맞붙는다는 점, K-POP 대표 선수간의 진검 승부 등 다양한 이슈를 지니고 있다.
이 정도의 큰 대결이라면 양쪽의 조건이 동일해야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뱅과 엑소 모두 아주 동일한 조건이란 점에서 이번 대결이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
우선 양쪽이 이미 1라운드를 뛰며 워밍업을 마친 상태다.
먼저 활동을 마친 엑소는 타이틀곡 '콜 미 베이비'로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4주 연속 1위, SBS '인기가요', MBC MUSIC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동시에, SBS MTV '더 쇼' 1위에 오르는 등 지상파와 케이블의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무려 18개의 트로피를 싹쓸이, 최고의 대세 그룹다운 엑소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여기에 지난달 7일 가온차트가 발표한 정규 2집의 누적 판매량이 73만장을 기록할 정도로 변함없는 인기를 입증했다.
빅뱅은 음원 시장에서 초강세를 기록했다. '루저'와 '배배'가 20일 이상 각종 음원 차트에서 1,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이후에도 여러 신곡들과 경쟁 속에서도 차트 역주행을 보여주며 정상에 수시로 등극했다. 또 '루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여전히 조회수를 늘려가며 인기몰이 중인데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이미 2300만뷰를 돌파했다. 지상파, 케이블 음악 방송 1위도 싹슬이한 빅뱅은 지난달 24일 SBS '인기가요'에서 3주 연속 1위를 한 것을 포함해 총 10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빅뱅과 엑소 모두 이번에 발표하는 신곡이 두번째 타이틀곡이라는 점도 동일이다. 엑소가 '콜 미 베이비'로, 빅뱅이 '루저'로 이미 대중의 사랑을 확인한데 이어 이번에 발표하는 신곡들은 후속곡의 느낌이 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성사된 '슈퍼매치'야 말로 엑소와 빅뱅이 갖고 있는 진짜 힘을 평가 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엑소의 우세가 점쳐지는 이유
일단 '슈퍼매치'가 성사된 만큼 소속사인 SM과 YG는 승리를 위해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대결이 아닌 K-POP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이수만 대표와 양현석 대표의 대결인 동시에 국내 가요 기획사 1위를 다투는 SM과 YG의 자존심이 대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녀시대와 2NE1이 정면 대결을 펼쳤을때 양쪽 기획사는 홍보부터 방송 순위, 음원 순위 등 모든 면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런데 그 싸움이 국내 최고의 팬덤을 자랑하는 빅뱅과 엑소의 대결이라면 규모는 메가톤급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장 홍보에 더욱 힘을 쏟는 쪽은 YG다. 빅뱅은 신곡 발표 1시간 전인 1일 밤 11시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출연해 '빅뱅 카운트다운 라이브'를 진행했다. 이날 빅뱅은 신곡을 기다리는 팬들과 소통하고 앨범에 대해 직접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반면 엑소는 2일 0시에 새로운 콘셉트로 변신한 엑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LOVE ME RIGHT'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공개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홍보 전략이다. 대신 4일 Mnet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5일 KBS2 '뮤직뱅크', 6일 MBC '쇼! 음악중심', 7일 SBS '인기가요' 등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엑소만의 멋진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는 신곡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빅뱅과 엑소간 '슈퍼매치'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대부분은 지난해 소녀시대가 음반 판매에서 앞섰고, 2NE1이 음원 차트에서 승리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방송 순위프로그램에서 누가 더 많이 1위를 차지하느냐가 이번 '슈퍼매치'의 승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빅뱅보다는 엑소가 다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다. 대부분의 음악 순위프로그램은 음원, 음반 판매 등 사전 점수에 팬들의 실시간 투표를 합산해 1위를 결정한다. 엑소의 경우 음반 판매량에서 있어 가요계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팬덤에 있어서도 K-POP 가수 중 최고라는 평가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빅뱅이 5월 30일과 31일 중국 광저우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투어에 돌입했다. 매주 해외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음악프로그램 출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실시간 투표 결과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외형상으로는 엑소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이 모든 것은 신곡이 어떠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신곡이 이번 '슈퍼매치'의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