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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캡틴' 김태균, 유희관에게 "미안하다"고 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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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미안하네요, 다음엔 꼭 (유)희관이 뽑아주세요."

한화 이글스 '캡틴' 김태균(33)은 연신 "희관이한테 미안하네요"라고 말했다. 기쁨보다는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일. 왜 김태균은 유희관에게 자꾸만 사과를 했을까.

이유는 이날 오전에 발표된 한국야구위원회(KBO) 6월 월간 MVP 결과 때문이다. 김태균은 지난 1일에 진행된 KBO리그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총유효 표 28표 중 13표(46.4%)를 얻어 12표(42.9%)를 받은 유희관을 단 한 표 차이로 제치고 6월 MVP로 뽑혔다. '딱 1표'차이로 김태균은 지난 2006년 9월 이후 무려 9년 만에 KBO 월간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품에 안은 것이다. 그 덕분에 상금 2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타이어교환 상품권을 얻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김태균은 "KBO에 그런 상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너무 오래전에 받아서 잊어먹고 있었다"면서 "그렇게 뽑히니까 유희관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사실 김태균이나 유희관은 모두 MVP를 받기에 충분하다. 엄청난 위용을 6월에 과시한 덕분. 우선 김태균은 6월에만 총 22경기에 나와 타율 4할5리(74타수 30안타)에 9홈런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 기간에 타점을 무려 34개나 쓸어남으면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월간 기록에서 타점과 출루율, 장타율은 단독 1위였고, 홈런은 공동 2위에 랭크됐다. 결승타(5개)와 득점권 안타(14개) 역시 1위였다.

그러나 유희관의 활약도 김태균 못지 않았다. 유희관은 6월에 나선 5경기에서 전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2.04로 빼어났다. 그래서 유희관에게도 많은 표가 쏟아진 것이다. 김태균에게 간 표 중에서 하나만 유희관에게 왔어도 6월 MVP의 주인공이 바뀔 뻔했다.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김태균은 "유희관의 기록도 엄청 좋은 것 아닌가. 본의 아니게 내가 상을 받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다음 번에는 꼭 유희관을 뽑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김태균은 월간 MVP를 받을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한 비결에 관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컸다. 앞에서 이용규나 정근우가 잘 나가줘서 찬스 상황이 오니까 더 집중력을 갖게 된 듯 하다. 어쨌든 내가 해결을 해야하는 입장이니까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면서 "후반 레이스에도 더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한화 관계자는 "김태균이 6월에만 KBO 월간 MVP외에 언론사 시상 및 팀 공식 후원회에서도 MVP상을 받아 총 3개의 상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받은 상금은 전부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력 뿐만 아니라 품성마저 MVP의 품격에 어울리는 김태균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