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훈규 3루심의 눈은 정확했다.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타구의 파울/페어 여부를 명확히 판정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또 야구 규칙에는 타구의 방향과 떨어진 지점을 기준으로 파울/페어의 판정에 대한 기준을 여러 항목에 걸쳐 제시해놨는데, 이게 상당히 복잡하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판관'인 프로야구 심판들은 이 어려운 판단을 정확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 순간의 판단 미스가 팀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심판들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날카롭게 유지해야만 한다. 말하긴 쉬워도 실제로 해내긴 어렵다. 이로 인해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그러나 적어도 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전 3루심을 맡은 오훈규 심판은 이 힘든 역할을 끝까지 완수해냈다.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2루에서 정근우의 3루쪽 땅볼 타구를 망설임없이 '페어'로 판정했다.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타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오 심판의 콜 동작은 빠르고 명확했다. 결국 정근우의 페어타구는 끝내기 2루타로 이어졌고, 한화는 7대6으로 승리했다.
NC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워낙 타구가 타석 앞에서 바운드된 후 3루 파울 라인 부근에 애매하게 떨어진 뒤 파울지역으로 굴러갔기 때문.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NC 3루수 모창민은 오 심판에게 "파울"이라고 강력히 어필했다. NC 김경문 감독 역시 즉각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진에게 판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내야지역에서의 파울/페어 여부'는 비디오 판독 항목에 들어있지 않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NC 야수진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오 심판의 '페어 판정'은 맞았을까, 틀렸을까. 결론적으로는 100% 옳은 판정이었다.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한다.
기준 1 : '페어지역'을 통과했다
일단 야구규칙 2.25에 명기된 '페어 볼' 규칙 중 (b)항에는 "1루 또는 3루에 바운드 하면서 외야 쪽으로 넘어갈 때 페어지역에 닿거나 또는 그 위의 공간을 통과한 것"으로 돼 있다. 정근우의 타구는 이 항목에 부합했다. 타석 앞에서 원바운드 된 후 3루 위를 지나쳐 두 번째 바운드가 되고 파울지역으로 굴러갔다. 홈에서 1루 또는 3루를 지나 펜스까지 그은 하얀색의 '파울 라인'을 포함한 그 수직 위의 공간은 모두 '페어 지역'이다.(야구규칙 2.26 '페어 지역')
결국 정근우의 타구는 '페어 지역'의 공간을 지나친 뒤 파울지역으로 굴러갔기 때문에 '페어'가 맞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행한 '공식 야구규칙'에는 다양한 페어볼 상황이 그림으로 표시돼 있는데, 그 중 '제2도'가 정근우의 페어 타구를 묘사하고 있다.
기준 2 : '파울 라인'에도 맞았다
두 번째로 오 심판의 판정이 옳았던 이유. 중계 화면으로 명백히 입증된다. 정근우의 타구는 두 번째 바운드 될 때 3루쪽 파울 라인에 분명히 걸쳤다.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던 NC 3루수 모창민이 미처 보지 못했던 타구의 두 번째 낙하지점이 3루 베이스 뒤쪽의 파울 라인이었던 것이다. 오 심판은 일단 타구가 3루 수직선상 위의 '페어지역'을 통과한 것, 그리고 두 번째 바운드 지점이 '파울라인'인 것까지 모두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랬기에 타구가 두 번째로 튀고 구르자마자 즉각 '페어' 콜을 하고 제스추어를 취한 것이다.
중계 화면 연속 캡처 사진에 나온 타구와 모창민의 글러브 높이(캡처사진 빨간 원 참고)를 기준으로 보자. 분명히 타구가 파울 라인에 맞은 뒤 튀어오른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오 심판은 분명 상체를 비스듬히 숙인 채 3루 베이스와 파울 라인을 위에서 내려보며 타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도 입증된다.
결국 찰나에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오 심판은 정근우의 타구가 분명히 '페어'였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에 따라 빠르고 정확한 판정을 한 것이다. 오 심판의 날카로웠던 판정은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는 '오심 논란' 속에서 만난 '오아시스'나 마찬가지다. NC도 이 장면에 관해서는 억울해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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