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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일리야 "외국 나가면 한국 오고 싶은 향수병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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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JTBC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던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토론'을 주제로 하는 '비정상회담'에 가장 최적의 인물이었다.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과 논리 정연한 토론 실력, 차분한 말투까지 갖춘 그는 지난해 10월 일일 비정상 대표로 출연했을 때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월부터는 고정 자리를 꿰차면서 원년 멤버들을 기죽일 만큼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해 '비정상회담'의 대표 토론 왕 타일러와 함께 '토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전해진 그의 하차 소식은 시청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일리야를 만났다. 방송에서 보던 정갈한 수트가 아닌 편안한 티셔츠에 안경을 쓰고 등장한 그는 방송에서 보던 차분한 말투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차가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말에 "아쉽긴 하지만 '비정상회담'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비정상회담'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라고 답하며 차분히 인터뷰를 이어갔다.

-처음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러시아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공부하던 중 2003년에 코리아 파운데이션에서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학교 어학당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 그때는 잠깐 언어만 공부하러 온 거라서 공부를 마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후 러시아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고 6급을 땄다. 가장 낮은 레벨이 1급, 가장 높은 레벨이 6급인데, 당시 한국어능력시험 6급을 딴 외국인이 내가 처음이었다. 이후 러시아 학교의 도움으로 한국 정부 초청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그때 12년 동안이나 한국에 머물게 될 줄 알았나.

"전혀 몰랐다.(웃음) 대학원 졸업 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마침 S전자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S전자에 근무하게 됐다. 이후 통역, 번역 일 등을 계속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난 한국이 좋다. 어학당을 마치고 잠깐 러시아로 돌아갔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어떤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

"일단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자유가 컸다.(웃음) 그리고 한국은 러시아와 닮은 구석이 없는 전혀 다른 나라다.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새로웠다. 새로운 것만 보일 뿐 단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향 러시아에 대한 향수병은 없었나.

"예전에는 있었는데 없어진지 오래됐다. 오히려 지금 다른 외국에 나가면 한국에 빨리 돌아오고 싶어하는 희한한 향수병이 생겼다.(웃음) 미국에 6개월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립더라. 그리고 12년이나 한국에 있다 보니 지금은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삼계탕을 가장 좋아한다. 오늘(인터뷰 진행 날=초복) 먹어야 하는데, 아직 못 먹었다.(웃음) 삼계탕은 치킨수프 느낌이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하게 맵지만 않으면 한국 음식은 다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에 온 걸 후회한 적은 없나.

"단 한 번도 없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거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러시아에서 일을 했을지, 아니면 제 3의 나라에 갔을지 잘 모르겠다. 난 지금 한국에 와 있고,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결혼도 한국에서 할 생각인가.

"아직 결혼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결혼이라는 건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는 거라 생각한다. 러시아든, 한국이든, 제 3의 나라던 상관없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