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한 방 딱 터뜨려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 타자 때문에 고민이 많은 팀중 하나가 두산 베어스다. 시즌을 함께 출발한 잭 루츠가 부진으로 퇴출되고 대체 선수로 들어온 데이빈슨 로메로마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로메로는 하위타선에 기용되고 있다.
로메로는 1일 잠실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 7번 3루수로 출전했다. 지난 6월초 두산에 입단한 로메로는 붙박이 4번타자로 활약해 왔다. 8월초까지만 해도 4번 타순을 벗어나지 않던 로메로는 부진이 깊어지자 6번으로 밀리더니 지난 8월 26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는 7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시즌 성적은 64경기에서 타율 2할5푼2리, 10홈런, 45타점. 김태형 감독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로메로가 6월 팀에 합류하자마자 날카로운 장타력 솜씨로 중심타자다운 모습을 드러내자 "마무리 캠프에도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로 신뢰를 보냈다. 당시 김 감독은 프런트에 로메로가 적응하는데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을 하라고 했을 정도다. 워낙 훈련자세가 성실하고 말수가 적은 로메로에 대해 김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불만이 있으면 해결해 주라"고 프런트에 주문을 하기도 했다. 7월 들어서도 로메로는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김 감독의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8월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로메로는 8월 한 달간 23경기에서 타율 2할1푼6리, 2홈런, 8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들쭉날쭉한 컨디션 때문인지 좀처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위타순으로 밀린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로메로의 부진에 대해 김 감독은 "열심히 하려고 하고 경기도 진지하게 하는데 생각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적응을 아직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용병이면 홈런도 펑펑 쳐주고 화끈한 타격을 해줬으면 하는게 감독들의 바람인데 그렇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로메로는 올해 득점권 타율이 2할4푼7리에 그치고 있다. 로메로의 부진 때문인지 두산은 8월 이후 마운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에도 득점력이 들쭉날쭉해 3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로메로가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