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삼성과 2위 NC의 창원 빅매치.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은 "남은 경기가 많다"며 이번 2연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삼성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2연패로 1위 자리까지 내줄 수 있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그런 거 신경쓰면 어떻게 야구 하느냐"며 잔여 경기 일정이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1,2위 팀 간의 맞대결답게 경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 두 팀이 얼마나 이 경기를 철저히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도 나왔다. 연장 10회 접전 끝에 삼성의 7대6 승리로 끝난 창원 빅매치의 승부처를 네 가지로 나눠 정리해봤다.
▶삼성 시프트 깬 이종욱의 방망이 컨트롤
삼성은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팀이 아니다. 명유격수 출신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제 위치에서 야수가 수비하는 걸 선호한다. 물론 테임즈(NC)처럼 극단적으로 잡아 당기는 타자에게는 시프트가 필요하다. 유격수가 2루 뒤쪽으로, 2루수가 우익수 쪽으로 한 참 이동해 허리를 숙이고 준비 동작을 취한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삼성이 예상 외로 시프트를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3번 나성범, 4번 테임즈, 5번 이호준 등 상대 중심 타선이 타석에 설 때마다 내야진이 바쁘게 이동했다. 하지만 베테랑 이종욱의 절묘한 방망이 컨트롤이 삼성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선취점이 중요한 경기에서 전광판에 숫자 1을 새겨넣은 이가 바로 NC 캡틴이었다.
0-0이던 2회말 NC의 공격. 선두 타자 4번 테임즈가 방방이 중심에 맞는 타구를 날렸지만 2루수 나바로에게 잡혔다. 외야 잔디 위에서 수비하던 나바로의 맞춤형 수비 전력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후 5번 이호준이 좌중월 2루타를 폭발하며 1사 2루. 6번 이종욱의 차례였다. 이 때 삼성은 나바로가 1루 쪽으로 바짝 붙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다시 한 번 가동했다. 평소 이종욱이 잡아치는 성향이 강하고 장원삼의 직구가 그리 빠르지 않아 이번에도 잡아 당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종욱은 볼카운트 1B2S에서 장원삼의 몸쪽 낮은 직구를 잡아 당기지 않았다. 힘들이지 않고 밀어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적시타로 연결했다. NC는 이후 손시헌이 장원삼의 슬라이더를 퍼올려 쐐기 투런포로 연결했다.
▶이혜천 투입, 김경문의 깜짝 카드 대성공
NC는 3-1로 앞선 7회 우완 김진성이 볼넷 2개와 내야 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나바로의 희생 플라이로 1점만 내주며 승리에 한 걸음 다가갔다. 앞으로 6개의 아웃카운트만 잡으면 삼성에 0.5게임 차로 따라 붙는 상황. 그런데 8회초 이승엽(6번)-채태인(7번)을 대비해 올릴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필승 계투조의 유일한 왼손 투수 임정호를 6회 이미 썼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경문 NC 감독은 베테랑 이혜천을 전격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늘 제구가 불안한 투수이지만 두산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만큼 신뢰를 보낸 것이다.
이혜천은 전날 경기까지 팀이 앞선 상황에서 등판한 적이 고작 4번 밖에 없었다. 4월7일 광주 KIA전(8회 5-3), 4월9일 광주 KIA전(6회 4-2) 8월7일 창원 롯데전(9회 13-0) 8월18일 마산 KIA전(9회 9-2)였다. 특히 최근 2경기 모두 팀이 크게 앞서고 있어 긴장도가 떨어졌다. 이날처럼 1점차 승부에서 이혜천을 쓸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혜천은 이승엽도, 채태인도 내야 땅볼로 묶고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승엽은 볼카운트 1B2S에서 2루 땅볼로, 채태인은 1S에서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보인 이혜천의 쾌투. 김경문 감독의 깜짝 카드는 그대로 적중했다.
▶승부를 뒤집은 삼성, 막강한 하위 타순+역시 이승엽
하지만 통합 우승 4연패에 빛나는 삼성의 저력은 달랐다. 이혜천이 내려가자마자 임창민, 최금강 등 NC가 자랑하는 두 명의 오른손 불펜 투수를 공략해 승부를 뒤집었다.
8번 이흥련의 타석 때 대타로 나온 삼성 이지영. 이지영은 임창민으로부터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기록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곧장 박찬도를 대주자로 투입했고, 박찬도는 도루를 성공시켜 단번에 스코어링 포지션에 위치했다. 여기서 9번 김상수가 임창민의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박한이의 볼넷을 계속된 2사 1,2루에서는 2번 박해민이 바뀐 투수 최금강을 상대로 역전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시종일관 끌려가던 삼성이지만, 하위 타선에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패색이 짙던 8회 2사 후 대타와 대주자 카드를 모두 적중시키며 NC의 '이혜천 카드'에 맞불을 놓았다. 삼성은 9회 2사 3루에서도 '국민 타자' 이승엽이 최금강으로부터 중월 투런 홈런을 폭발하며 승기를 잡은 듯 했다. 시즌 25호 홈런. 앞선 4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다 터진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종욱의 결정적인 동점포, 박해민의 무한 질주
그러나 최근 10경기 8승2패의 NC도 힘이 있었다. 이종욱이 9회말 1사 1,3루에서 삼성 마무리 임창용을 상대로 극적인 우월 3점포를 폭발했다. 초구 직구가 한 가운데로 몰리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여기서 박해민의 빠른 발이 팀을 살렸다. 연장 10회초 1사 후 중전 안타로 출루한 그는 나바로의 좌중월 2루타 때 홈까지 파고 들어 결승 득점을 올렸다. 다소 무리가 따르는 주루 플레이로 보였지만, NC 유격수 손시헌이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3루를 돌아 일을 냈다. 최근 LG전에서도 2루 도루에 이은 허슬 플레이로 홈을 밟아 탄성을 자아낸 박해민은 이번에도 무한 질주를 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