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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데뷔전 호투 오장훈 "도망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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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작 1경기, 15개의 공을 던졌을 뿐이지만 오장훈(31·두산)이 투수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장훈은 지난 4일 창원 두산전에 팀이 4-15로 크게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1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 2개, 직구 최고 시속은 144㎞였다.

선두 타자 용덕한에게 좌전 안타, 1번 박민우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2루 위기. 하지만 최재원, 조영훈을 모두 삼진 처리하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사이클링 히트에 3루타 한 개가 부족했던 테임즈는 공 1개로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오장훈은 시즌 초반만 해도 힘 좋은 백업 내야수 정도로 평가 받았다. 2011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뒤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서른 두 살의 적지 않은 나이. 변화가 필요했다. 그에게 투수 전향을 권유한 건 한용덕 당시 2군 총괄이다. 하루는 국해성과 캐치볼을 하는 모습을 보다가 "공이 묵직하다. 145㎞는 나올 것 같다"면서 "타자로는 성공하기 힘드니 공을 던져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오장훈은 고심 끝에 방망이를 놓았다. 러닝을 많이 해서 살을 빼고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았다. 고교 시절 투수를 했었지만, 밸런스는 무너진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1일. 확대 엔트리가 적용되자 예상보다 빠르게 콜업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장훈은 절실하게 마지막 승부를 걸 시기다. 선수에게도 그런 말을 해줬다"며 "2군에서 평가가 좋았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쓸 수 없겠지만, 활용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3일 등판은 팀 동료도 깜짝 놀란 호투였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포수 마스크 위로 날아가는 직구가 많았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패전조에서 활용할 수 있을 듯도 하다.

오장훈은 "긴장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뜨더라. 긴장했다는 증거"라며 "변화구로 던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가 되며 제구가 잡혔다. '몰렸을 때 변화구로 끊어가라'는 한용덕 코치의 조언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어차피 직구가 빠른 투수가 아니다. 대신 묵직한 맛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망가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투수가 되겠다. 타석에서는 늘 자신이 없었지만 마운드에서느 씩씩하게 공을 던지겠다"고 덧붙였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