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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방망이' SK는 어떻게 피어밴드를 무너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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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3연패는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고 한다. 3연전 체제에서의 스윕, 김성근 한화 감독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정 선발에게 당하는 3연패도 마찬가지다. 전력분석의 비중이 큰 작금의 프로야구에서 쉽지도 않거니와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다.

6일 인천 SK-넥센전. SK 선발은 언더핸드 박종훈, 넥센은 피어밴드를 내세웠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SK전에 두 차례 등판해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왼손 외국인 투수. 5월29일 인천 경기에서 8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7월26일 목동 경기에서도 6이닝 5피안타 2실점했다. SK는 브라운이 첫 맞대결에서 2점 홈런을 터뜨렸을 뿐, 다른 타자들은 그의 공을 멀리 보내지 못했다.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달랐다. 타자들이 작심한 듯 그의 결정구를 통타했다. 1~3회 매이닝 홈런을 폭발했고, 5이닝 만에 그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7대3 완승. 시즌 내내 물 방망이 타선으로 고전하고 있는 SK가 한 경기 3홈런을 쏘아올린 건 이번이 4번째였다. SK는 올해 한 경기 최다 팀 홈런이 고작 4개뿐인 팀이다.

1회부터 최정이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다. 장염 증세에서 벗어나 3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 올린 뒤 0-0이던 1사 1루에서 5구째 몸쪽 직구를 퍼올려 시즌 17호 홈런을 연결했다. 볼카운트 1B2S, 비거리는 115m였다. 이재원은 2-0이던 선두 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3B1S에서 한 가운데 체인지업을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4호. 3회에도 정의윤이 결정적인 한 방을 폭발했다. 2사 1루,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 직구를 노려쳐 115m 아치를 그렸다. SK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6번째 홈런. 피어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목할 점은 최정과 정의윤의 홈런이다. 이재원의 경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실투를 놓치지 않았지만, 이들은 거의 완벽히 제구된 공을 잡아당겼다. 마치 몸쪽 직구가 올 것을 예상한 듯한 배팅이었다.

최정은 1구 직구(138㎞)에 파울, 2구 직구(141㎞)에도 파울 타구를 날렸다. 3구째 체인지업(128㎞) 역시 파울, 4구 체인지업(125㎞)에는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피어밴드가 결정구로 던진 5구째 완벽한 몸쪽 직구. 그 공을 스위트스팟에 정확히 맞혔다. 결승 타점이었다. 3회 정의윤도 비슷했다. 1구 직구(136㎞)를 그대로 지켜본 뒤 2구 체인지업(130㎞) 볼, 3구 체인지업(124㎞) 파울, 4구 체인지업(130㎞) 파울, 5구 체인지업(126㎞)을 꾹 참고 6구째 직구에 방망이를 돌렸다. 넥센 박병호가 몸쪽 공을 기술적으로 홈런으로 연결하듯 오른손을 일찍 놓으며 대포로 연결했다.

결국 SK 타자들이 그만큼 피어밴드 공에 철저히 대비하고 경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바깥쪽 공을 끈질기게 커트하고 속지 않으며 직구를 던지게 끔도 만들었다. 모처럼 밥값을 한 SK 타선은 7일 하루 쉰 뒤 8일부터 롯데와 홈 2연전을 벌인다.

인천=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