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올 시즌 어떤 팀을 이기고 싶나'는 질문이 나왔다. 사령탑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곤란할 수 있다.
사실 모든 팀을 이기고 우승하고 싶은 게 모든 사령탑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때문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코트에 들어서면 9개 구단 감독들이 다 밉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코트에서 승패를 결정해야 하는 프로팀 사령탑과 선수들 입장에서 전투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팀을 거론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이상민 감독은 별다른 망설임이 없었다. 모비스에 20연패. 최근 3시즌동안 이긴 적이 없었다. 프로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한 모비스의 강함과 삼성의 약함이 맞물린 결과였다.
삼성은 비 시즌동안 절치부심했다.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데려왔고, FA로 문태영을 전격 영입했다. 팀 자체의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지난 시즌 모비스의 3연패를 견인한 핵심 멤버들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모비스는 꼭 한 번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코치 시절부터 감독이 된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이상민과 감독과 유재학 감독은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면서 "나도 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삼성에게는 너무 많이 이겨서 미안하다. 꼭 삼성이 우리를 한번 이겼으면 좋겠다. 이상민 감독 화이팅"이라고 했다. 둘은 연세대 선후배로 절친하다. 하지만 승부에서는 양보가 없다. 유 감독 입장에서는 이 감독의 출사표를 받아들이면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과연 올 시즌 삼성과 모비스는 어떻게 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