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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홈런왕? 박병호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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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홈런타자 박병호에게 많은 도루를 기대하기는 어럽다. 육중한 체격, 홈런스윙, 파워를 갖고 있는 거포가 스피드까지 갖춘 경우는 드물다. 사실 큰것 한방을 갖고 있는 홈런타자가 부상 위험이 큰 도루까지 욕심낼 이유는 없다. 올해 팀 홈런 1위 히어로즈는 KBO리그 10개 팀 중 팀 도루 꼴찌다. 장거리 타자가 많은 만큼 기동력도 떨어졌다.

그런데 박병호가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도루를 시도할 때가 있다. 지난 2012년에는 '20(도루)-20(홈런)'까지 가입했다. 그해 31홈런을 터트리고 첫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풀타임 첫해에 20도루를 기록했다. 20도루를 이끌어낸 지도자가 당시 3루 주루작전코치로 있던 염경엽 감독이다. 물론, 빠른 발을 활용한 도루라기 보다 상대 투수의 투구폼, 볼 배합, 경기 상황을 파고든 도루다.

박병호가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도루수도 줄어들었다. 2013년 10개를 기록했고, 지난해 8개를 줄었다.

염경엽 감독은 "예전처럼 뱍병호가 자주 안 뛴다고 해도, 언제든지 도루를 시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긴장을 하게 되고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주루 센스가 무디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단독 도루보다 주로 벤치의 지시에 따른 도루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데, 이런 주루 능력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병호가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10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3회말 1사후 서건창과 박병호가 연속 안타를 때려 1사 1,2루. 이어진 5번 유한준 타석 때 2루 루자 서건창과 더블 스틸을 시도해 2루에 안착했다. 삼성 포수 이지영이 3루로 송구를 했는데, 그 사이 여유있게 2루를 파고들었다.

지난 1일 LG 트윈스전 이후 7경기 만의 도루다. 유한준의 중전안타 때 3루까지 나간 박병호는 유한준의 도루 때 상대 포수의 송구 실책을 틈타 홈까지 밟았다. 모처럼 히어로즈 중심타선이 기동력 야구를 선보였다.

박병호는 올시즌 12차례 도루를 시도해 10번을 성공했다. 히어로즈에서 올해 두 자릿수 도루는 고종욱 김하성 이택근에 이어 박병호가 4번째다. 홈런왕은 느리다는 편견을 깬 도루 능력이다.

히어로즈는 선발 앤디 밴헤켄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된 가운데, 타선의 응집력이 아쉬웠다.

0-3에서 2점을 따라간 3회 2사 만루에서 고종욱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운도 안 따랐다. 4회말 2사 만루에서 김하성의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직선타가 됐다. 4대7로 경기를 내준 히어로즈는 삼성전 상대전적 7승8패가 됐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