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23·워싱턴 내셔널스)가 충돌 후유증을 이겨내고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퍼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 우익수로 출전해 3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1-1 동점이던 3회 2사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하퍼는 필라델피아 우완 선발 애런 놀라를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한복판으로 떨어지는 83마일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37호 홈런.
하퍼의 홈런이 놀라운 것은 전날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상대 선수와의 충돌 사건을 겪은 뒤 하루만에 터뜨렸기 때문. 하퍼는 14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서 베이스러닝을 하다 상대 선수와 부딪힌 뒤 교체됐다. 상황은 이랬다. 하퍼는 1회초 1사 1루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을 친 뒤 선행주자 아웃으로 출루했다. 이어 제이슨 워스가 유격수 땅볼을 치자 2루로 돌진하던 하퍼는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마이애미 2루수 데릭 디트리치와 충돌했다. 2사 상황이라 하퍼는 2루를 돌아 3루를 향했고, 그 순간 디트리치와 충돌하면서 넘어졌다. 나뒹굴다시피 그라운드에 쓰러진 하퍼는 어지럼증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트레이너의 조치를 받고 일어난 하퍼는 결국 덕아웃으로 들어가 그대로 교체됐다.
하퍼는 경기 후 "혼자 힘으로 일어나려고 했는데 어지러워서 그러지 못했다. '내가 지금 안 좋은건가'라고 중얼거리면서 운동장을 둘러봤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뛸 수 있을 거라고는 했지만, 절대 안된다고 해서 결국 빠졌다. 마치 헬리콥터와 부딪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교체 직후 받은 충돌 후유증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아 병원까지 가지는 않았다. 하퍼는 넘어지면서 엉덩이가 그라운드에 강하게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는데, 아이싱을 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하루가 지난 15일 원정지인 필라델피아에서 하퍼는 상태가 좋아져 선발로 경기에 나서게 됐다.
하퍼는 올 정규시즌 내셔널리그 MVP가 유력한 선수가 가운데 한 명이다. 전날까지 타율 3할3푼3리(1위), 36홈런(3위) 85타점(8위)에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은 8.9로 내셔널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마크했다. 워싱턴이 동부지구에서 선두 뉴욕 메츠에 9.5경기차로 벌어져 있고 와일드카드 순위에서도 4위에 머물러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지만, 하퍼의 정규시즌 활약상은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2012년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하퍼는 지난해까지 잠재력을 드러내 보이지는 못했다. 매시즌 2할7푼대의 타율에 20개 안팎의 홈런에 머물렀지만, 올시즌에는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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