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의 슬라벤 빌리치 감독(47)에게 웨스트햄은 의미가 깊은 구단이다.
2015~2016 EPL 초반 웨스트햄의 기세가 대단하다. 빌리치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단은 하나가 됐다.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팀이 끈끈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월 웨스트햄 지휘봉을 잡은 빌리치 감독에게는 웨스트햄과의 특별한 기억이 있다.
크로아티아 국적의 빌리치 감독은 1988년 자국 명문 HNK 하이두크스플리트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포지션은 수비수였다. 1992년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크로아티아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를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명실상부한 크로아티아의 축구영웅이다.
빌리치 감독은 1996년 1월 130만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웨스트햄에 입단했다. 당시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였다. 팀의 핵심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웨스트햄은 강등위기에 처했다. 이때 에버턴이 빌리치 감독에게 눈독을 들였다. 1997년 3월 에버턴은 웨스트햄에 450만파운드를 제시했다. 거부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그렇다고 핵심선수를 내줄 상황도 아니었다. 웨스트햄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하지만 빌리치 감독이 에버턴의 구애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구단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강등위기에 처한 팀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것이 거절 사유였다. 빌리치 감독은 시즌 마지막까지 웨스트햄의 잔류를 위해 싸웠다. 기적이 일어났다. 웨스트햄은 1996~1997시즌을 14위로 마무리했다. 강등을 면했다. 강등권과 불과 승점 2점 차이였다. 의리와 약속을 모두 지킨 빌리치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에버턴으로 이적했다.
2015년 6월, 빌리치 감독이 '뜨거웠던 1997년의 기억'을 안고 18년만에 다시 웨스트햄으로 왔다. 빌리치 감독과 웨스트햄의 이야기는 이제 2막을 열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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