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했다."
22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캡틴' 염기훈(32)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의 참패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염기훈은 "선수들이 자진해서 합숙도 하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속상했다. 생각했던대로 안돼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이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 우리가 너무 달려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서울이 우리를 잘 파악해서 전방으로 킥을 때리고 들어왔을 때 좀 더 버티면서 공격을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슈퍼매치에 대한 염기훈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 10일 수원과 3년4개월간 계약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염기훈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한 중동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자존심을 세워준 수원 잔류를 택했다. 수원은 염기훈이 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은퇴 후 지도자 연수 기회도 제공하는 등 '제2의 축구인생'에 대한 로드맵도 제공했다. 구단이 자신의 자존심을 세워준 부분을 슈퍼매치 승리로 갚고 싶었다. 그는 "사실 나이 때문에 올해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임에도 구단이 최대한 맞춰주는 모습을 보여줘 해외 진출의 꿈을 접었다. 수원에서 은퇴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도 재계약을 축하해줬고, 구단도 신경을 써줬는데 선물을 주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슈퍼매치 패배의 후폭풍은 컸다. 선수들이 의기소침해 했다. 염기훈도 "슈퍼매치 이후 선수들도 많이 지쳐있었고,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염기훈은 21일 팀 훈련을 마친 뒤 후배들에게 한 가지를 강조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그리고 또 다른 꿈도 심어줬다. "경기는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포기하지 말자. 아직 K리그 클래식 우승이 남아있다." 염기훈은 후배들의 기와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훈련 중 '수다쟁이'로 변신했다. 그는 "장난도 많이치고, 웃음을 되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22일 전남 원정을 위해 광양으로 내려온 수원은 한층 밝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수원은 이미 스플릿 그룹 A행을 확정지은 상태다. 31라운드까지 1위 전북(승점 65)에 승점 11점을 뒤진 2위에 올라있다. 남은 경기는 스플릿 시스템이 작동하기 전 2경기를 포함해 7경기가 남아있다. '1강' 전북의 우승을 저지하기란 분명 힘들긴 하다. 그러나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염기훈은 "최대한 전북을 따라가려고 마음을 다시 먹었다. 전북이 우승을 확정짓기 전까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