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예능계에 오랜 세월 한결 같은 거목이 있다. 부드럽고 선한 인상 속에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그는 올해로 데뷔 61년차인 백전노장 송해다.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는 존재만으로 후배들에게 힘이 돼주는 예능계의 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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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 뿐이랴. 외길로 우물을 파다 보니 그 공으로 나라에서 훈장도 받았고, 전국을 누비다 보니 맺은 인연도 넓다. 이렇게 맺은 지역과 주민들과 인연으로 대구에서는 '송해공원', 부산에서는 '송해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검색어에만 올라도 전국민이 긴장할 정도니, '원조 국민MC'가 바로 그를 이르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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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오랜세월을 예능계를 불 밝히고 있는 것일까. 아흔의 노장에 이르기 어려운 말이지만,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그의 인상은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편안한 외모에 따뜻한 목소리와 구수한 입담이 더해지니 서민을 대표하는 방송인의 형상이 따로 없다. 일례로 송해가 출연한 한 은행 광고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라는 직설적인 광고 문구는 푸근한 송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와 닿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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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를 논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전국노래자랑'은 80년도에 시작해 매주 일요일 1,700회 이상 방송을 해오며, 35년째 이어져 온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전국노래자랑' 20주년 기념으로 모든 시군의 시장과 군수들이 축하 화환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 개편 때 잠시 떠나있던 시간도 있으나, 88년 이후 현재까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과 함께하며 1000번이 넘게 무대에 올랐다. 서있기 힘들 때까지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그런 송해가 방송계에서 더욱 귀감이 되는 이유는, 아흔이 다 된 나이임에도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해는 2013년 영화 '전국노래자랑'에 특별출연하는가하면, 추석특집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에 MC로 나서며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샀다. 젊은 배우나 아이돌과 어울려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은 전세대를 아우르는 MC 송해만의 이미지 덕분이다. 이 또한 '전국노래자랑'의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그만큼 대체 불가한 송해의 입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프로듀서'에도 깜작 등장해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다. 김수현이 송해를 "해 형"이라 부르며 술주정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줬던 장면. 송해는 "제작진이 김수현에게 '훌륭한 연예인 되고 싶으면 내 사무실에 가라고 했다'고 하더라"며 "그날 둘이 술을 5병 마셨다. 드라마 속 모습이 진짜였다. '해 형'이라고 하더라. 내가 꼭 끌어 안아줬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최근 송해는 '나를 돌아봐'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송해는 어디서나 고참 대우를 받던 조영남 이경규를 한 번에 제압하며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냈다. 대선배의 위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집에 가서 밥 먹다 웃음 나오는게 진짜"라며 썰렁한 개그로 후배들을 웃게 만드는가하면, '막내' 신고식을 치러야한다는 후배들의 말에 군대 말투를 쓰며 재치있게 상황을 받아쳤다. 자신을 화나게 만들 요량으로 조영남과 이경규가 싸우는 연기를 해도, 버럭 화를 내기는커녕 한 쪽에서 달래며 중심을 지켰다. 특히 송해는 "여동생 있습니까?"라는 박명수의 질문에 "있습니다. 근데 못 만납니다. 이북에 있어서..."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고, 당황한 출연자들이 "원래 군대에서 이렇게 묻는다. 이럴 땐 동생이 20살쯤 돼야 하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송해는 박명수에게 다시 물어보라 제안했고, "80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있다"고 답해 긴장했던 출연진을 폭소케 했다. 자신의 아픈 개인사로 무거워진 분위기까지 반전시키며 노련하게 방송을 이끄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노장의 칼은 녹슬지 않았더라.
진정한 예능 고수는 멀리 앞을 내다보는 법. 송해 또한 오랫동안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기 위해 자신만의 철칙으로 건강을 관리 하고 있다. 실제 송해는 아침을 거르지 않고 자주 걷는 등 건강한 삶을 실천하며 오랜 시간 시청자들을 만나고자 노력 중이다. 주당으로 소문난 그지만, 되도록 술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50년째 금연 중이다. 조영남은 그런 송해에 대해 "그렇게 깐깐하고 철두철미하시기 때문에 확고한 위치에 오르신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이상벽 등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이 송해를 만나면 훗날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송해는 "50년은 이르다" 대꾸한다고. 송해의 말처럼, '제2의 송해'는 한참 더 늦어도 될 듯하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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