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고진감래 아닐까요?"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은 요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FA컵 결승 진출 효과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 구단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팀 가운데 가장 큰 재정압박에 시달렸다.
시즌 초반부터 본격화된 임금체불이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변변한 승리수당도 없이 출전하는 선수들을 보는 구단 프런트의 표정이 좋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인천이 최근 구단 창단(2003년) 후 처음으로 FA컵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자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에 열악한 환경에도 상위 스플릿에 근접한 K리그 클래식 성적을 만들어 낸 것 성과가 더해져 인천 구단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높아졌다.
당장 체불임금이 곧 해소될 전망이다. 급여일이 매월 25일인 인천은 밀려있는 9월분 급여를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다. 주요 후원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잔여 후원금을 조기에 집행해줬다.
종전 같으면 급여일을 맞추기 힘든 것은 물론 급여일이 한참 지난 뒤 밀린 급여를 조달하느라 허덕였다. 후원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바람에 가슴을 졸여야 했던 이전에 비하면 한결 여유가 생긴 셈이다.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 새로운 스폰서를 확보하러 다녀야 하는데 FA컵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가 적잖은 무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공부도 잘 해놓고 봐야 부모님한테 용돈받기 쉬운 것처럼 후원사를 설득하는데 좋은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모기업격인 인천시의 관심도 달라졌다. 인천시는 내년 인천 구단의 예산으로 4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인천시로부터 33억원을 지원받은 것에 비하면 30% 이상 증액된 것이다.
앞으로 시의회의 통과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인천시가 운영하는 프로구단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며 인천시민의 자긍심 향상에 기여한 만큼 홀대받지는 않을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유정복 인천시장은 구단과 선수단에 가능한 범위에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없는 형편에서도 예산 출혈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당근책도 구상중이다. FA컵의 우승상금은 2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일단 1억원을 확보했다. 인천 구단은 우승이든, 준우승이든 상금을 받게 되면 이 돈을 되도록이면 선수단에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돈 한 푼 없어 쩔쩔매던 인천 구단이 FA컵 특별 보너스를 고민할 처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공부 잘 한 덕분에 때늦은 '봄바람'을 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