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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을 닷새 앞둔 26일이었다. 전날 전북과 K리그 경기를 치른 선수단은 휴식일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44)은 어머니의 손을 꼬옥 잡고 지리산 자락으로 향했다. 아버지 묘소가 있는 곳이다. 최 감독은 삼형제의 둘째다. 열 손가락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아버지는 힘든 운동을 하는 둘째 아들을 유난히 아꼈다. 과일가게를 하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부정은 특별했다. 초중고 시절 아들이 경기를 앞두면 늘 장남과 막내 몰래 고기를 사줬다. 연세대 재학시절 부산으로 전지훈련을 갈 때면 늘 수십통의 수박을 선수단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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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힘들 때마다 아버지를 찾는다.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아버지가 더 생각났다. 그리고 기도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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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지난해 11월 23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눈물도 흘릴 수 없을 만큼 고통을 겪었다. 16년 만의 FA컵 결승 진출에 들떴다. 상대는 성남이었다. 대부분이 서울의 우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120분 연장 ?투에서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고, 승부차기에서 성남이 웃었다. 2-4, 그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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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판 승부인 FA컵은 패하면 끝이다. 다행히 2년 연속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다시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처럼 더 이상 구름 위를 걷지 않았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감독직도 내려놓을 생각도 했다. 두 번의 실패는 자신에게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최 감독은 5년차 사령탑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다. 리그 초반 '슬로 스타트'로 팬들로부터 매도 많이 맞지만 마지막은 늘 웃는다. 4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은 최 감독이 빚은 작품이다. 그는 다시 한번 대기록도 작성했다. 현역 시절 신인상(1994년), 최우수 선수상(MVP·2000년)을 수상한 그는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후에는 K리그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FA컵 우승컵도 품에 안으며 40대 중반에 최고의 감독 대열에 올랐다.
최 감독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2012년 K리그 우승 근간은 4-3-3 시스템이었다. 2013년에는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로 꽃을 피웠다. 4-4-2, 4-2-3-1 시스템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변신을 했다. 스리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수비축구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축구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올 시즌 포백과 스리백을 오간 그는 후반기들어 3-5-2 시스템에 안착하며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지난 7월 중국 프로팀인 장쑤가 계약기간 2년 6개월, 연봉 총액 50억원에 영입 제의를 했다. 최 감독도 흔들렸다. 마지막 결정은 의리였다. 그는 FA컵에서 우승한 후 "올 시즌 최고의 선택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도자 최용수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 물론 우승의 환희는 오래가지 않는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감독의 숙명이다. 그래도 최 감독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령탑이다. 그의 꿈은 이제 아시아 정상을 향하고 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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