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전쟁에서 웃은 건 안양 KGC였다.
안양 KGC가 전주 KCC 이지스를 꺾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KGC는 1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홈경기에서 92대86으로 승리, 단독 3위가 됐다. 양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나란히 11승8패를 기록하며 공동 3위를 기록중이었다. KGC는 센터 찰스 로드가 29득점 9리바운드로 골밑이 약한 KCC를 울렸고, 가드 김기윤이 3점슛 3방 포함 21득점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으로 승리에 공헌했다. KGC는 이날 홈경기 승리로 개막 후 홈 8연승을 질주했고, 지난 시즌까지 이어 홈 11연승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역대 팀 홈 최다 연승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뜨거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 경기의 열기는 상상 이사으로 불타올랐다. 양팀은 마치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듯 필사적인 모습으로 뛰었다. 시즌 중반을 달려가는 시점에서, 이날 경기를 잡는 팀이 상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울산 모비스 피버스를 추격하는데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은 KGC의 우위였다. 1쿼터 이정현-김기윤-마리오 리틀의 3점이 사이좋게 1개씩 터지는 등 외곽에서 KCC에 앞섰다. 20-15 리드. 2쿼터 KGC는 점수 차이를 더 벌렸다. 이날의 히어로 김기윤이 폭발했다. 김기윤은 대학 선배이자 외모도 비슷한 김태술을 매치업 상대로 앞에 놓고 연속 돌파 득점으로 팀 분위기를 살렸다. 가로채기에 이은 찰스 로드의 속공 덩크 어시스트, 미들 뱅크슛까지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KCC는 KGC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밀렸다. 그나마 개인기가 좋은 안드레 에밋을 앞세워 쿼터 후반 점수를 추가해 30-38로 경기를 마쳤다.
3쿼터는 KCC쪽이었다. 외국인 선수 2명이 함께 뛰는 이점을 제대로 살렸다. KCC 트윈 테러 에밋-리카르도 포웰의 위력은 엄청났다. 3쿼터에만 포웰이 18득점, 에밋이 10득점을 쏟아부었다. 특히, KCC는 상대 센터 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밋-포웰-김태술-전태풍이 함께 뛰는 테크니션 라인을 가동해 재미를 봤다. 김태홍이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고, 나머지 4사람이 1대1 개인 돌파와 상대 허를 찌르는 어시스트 패스 등으로 득점을 쌓아나갔다. 그렇게 KCC는 3쿼터 역전에까지 성공했지만, 마지막 박찬희에게 연속 돌파 득점을 허용하며 61-64로 추격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4쿼터에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집중력 싸움에서 KGC가 앞섰다. KGC는 골밑에서 확실한 득점을 할 수 있는 로드를 적극 활용해 차곡차곡 점수를 추가했다. 로드가 4쿼터에만 11득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과시하니 KCC도 어쩔 수 없었다. KCC로서는 로드를 막기 위해 하승진을 투입하면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고, 빼자니 로드를 막을 선수가 없는 딜레마를 풀지 못해 고전했다. 로드는 1쿼터 에밋의 슛을 블록해내며 프로농구 역대 4번째 개인통산 400블록슛 기록을 달성했다. KCC는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김태술이 친정을 상대로 연속 외곽포를 성공시켜 83-86까지 추격했지만 KGC의 침착한 파울 작전 자유투 마무리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한편, 이날 경기 하프타임에는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오세근과 전성현이 홈팬들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자필 사과문을 읽었다. 징계가 끝나는 오세근은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부터 정상적으로 뛸 수 있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