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유리(현 수유동) 라인이 아주 세거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신일중-신일고 선배다. 지난해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되자 "미국 가지 말라고 할까? 이 선배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 나와 계속 하자고 할까?"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달랐다. "선발 라인업에 김현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그래도 이왕 갔으니 꼭 성공했으면 한다. 물론 성공할 기량이 충분한 선수"고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며 입지가 불안하다. 최근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행사해 25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볼티모어 구단의 시선은 차갑다. 2일에는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며 타율이 더 깎였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 대타로 출전해 1루 땅볼에 그쳤다. 0.182이던 타율은 0.178. 45타수 8안타다.
김태형 감독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한국시각으로 새벽이나 아침에 열리는 김현수의 경기 결과를 꼭 찾아보는 편이다. 중·고교 후배인데다 우승 트로피까지 함께 들어 올렸으니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그래서 최근 부진이 안쓰럽다. 제대로 된 기회가 없는데다 극심한 부담감 때문에 자꾸 변화를 주려한다는 진단이다.
2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서는 김현수의 현 상황을 취재진에게 묻기도 했다. 25인 개막 로스터 진입이 확정된 것인지, 구단과 어떤 관계인지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김)현수가 이겨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선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안 좋다 보니 변화를 주고 있는데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슬럼프 탈출을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정답은 없다. 나는 배팅 훈련 때 굳이 밀어치지 말고 강하게 때리라고 하는 편"이라며 "결국 현수가 이겨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근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김현수답게 여전히 밝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 감독은 "다른 야구 얘기는 하지 않고 '너는 김현수다. 몸 건강히 와이프 잘 챙기라'고 안부를 물었다. 그랬더니 개 이모티콘과 함께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 밝은 게 역시 수유리 출신"이라고 했다. 그는 "수유리-쌍문동 이쪽 출신이 아주 세다. (김)현수가 곧 이겨낼 것"이라고 후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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