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0)을 보면 금방 떠오르는 속담이다.
이승엽이 또 고개를 숙였다.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 이승엽은 새 구장에서 2016시즌 개인 첫 홈런이자, 팀 1호 홈런을 때린 후 고개를 숙였다. 공을 맞힌 순간 아주 잠깐 타구를 지켜봤을 뿐, 이내 땅을 보고 베이스를 돌았다.
투수는 유희관이었다. 3-2로 앞선 3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낮게 들어온 싱커(120㎞)를 잡아 당겼다. 125m짜리 솔로 홈런.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두산이 어제 개장 1호 홈런을 쳐 아쉬웠다"고 했지만,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았다. 연이틀 2만명 이상이 들어찬 '라팍' 곳곳에서도 "역시 이승엽"이라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의미 있는 홈런을 쳤을 때마다 흥을 마음껏 분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장외 홈런 때가 대표적이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팀이 9-3으로 앞선 8회초 1사 1루에서 140m 대형 홈런을 쳤다. 롯데 루키 조현우를 상대로 사직구장 역대 7번째 장외 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이 때도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어떠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류 감독의 말대로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팬들에게 꽃을 선물했으니, KBO리그 문화 틀 안에서 잠시 즐겨도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이승엽은 누구보다 빠르게 베이스를 돈다. 강한 파열음과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끝까지 지켜보는 일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수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서이다.
이승엽은 홈런도 팀이 이겼을 때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400홈런이든, 56호 대포든 팀이 졌다면 마냥 기쁠 리 없다. 실제 그는 2일 경기 후 "개장 1호 홈런의 느낌은 잘 모르겠다. 홈런을 친 날 팀이 이겼으니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어제는 새 구장에서 처음 치르는 정규시즌 경기다 보니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오늘 첫 승을 했고, 앞으로도 이 좋은 구장에서 더 많은 승리를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약속했다.
이승엽의 생애 첫 홈런은 1995년 5월 2일 광주 해태 타이거즈전이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 아홉살의 신예가 까마득한 선배 이강철의 커브를 잡아 당겨 담장을 넘겼다. 당시에도 이승엽은 고개를 푹 숙이고 쏜살같이 베이스를 돌았다. 그 때는 "광주구장 팬들이 너무 조용했다. 빨리 돌아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는 게 훗날 밝힌 이유다. 지금은 다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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